[윤기영 센터장의 역설적 희망歌] “난 사회적경제팀이 없어지길 바란다”
[윤기영 센터장의 역설적 희망歌] “난 사회적경제팀이 없어지길 바란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300
  • 승인 2018.08.02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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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약자 위한 사회적경제팀 없어지는 날 기대
“양극화 해소되면 사회적경제팀 필요없지 않겠나”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이 혁신의 근원
제조업 없는 부천은 절박해서 혁신
행정,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센터 세바퀴 중요해

전국 기초단체 중 인구밀집도 1위의 작은 도시 부천이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17년도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 자치단체 성과 공유대회’에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북구) 등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 제대로 된 제조공장 하나 없는 열악한 인프라의 부천시가 사회적경제의 성지로 떠오른 중심에는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이하 센터)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윤기영(48) 센터장을 만나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기관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만의 방식을 인정받은 거 같아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왜 우리일까’ 의아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 예상을 전혀 못하셨나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굉장히 많은 시도를 했지만 우리만 (시도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게다가 그동안의 평가는 정량적이었어요. 우리보다 몸집이 훨씬 큰 광역단체들을 넘으려야 넘을 수 없었죠. 아마도 이번엔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에 비중을 더 둔 거 같아요. 지난해에도 정성평가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거든요.”

✚ 부천시만의 방식을 인정받았다는 말씀인가요? 
“부천시는 내부적인 협치모델인 행정(부천시), 당사자(사회적기업가), 그리고 사회적경제센터의 융합이 잘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가고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거 같습니다.”

✚ 다양한 실험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최근에 단비기업(소셜벤처기업) 10개팀을 선정했어요. 일반적인 공모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을 했죠.”
단비기업은 지역에 단비같이 꼭 필요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미의 부천형 소셜벤처기업이다.

✚ 다른 방식이라면?
“일반적인 기업 공모전은 접수를 받고, 평가하고, 지원금을 주면 끝이죠. 우리도 그렇게 하면 일반 기업과 다를 게 없잖아요. 일단 신청서는 간단하게 한장만 받았어요. 대신 그 안에 어떤 열정과 성의를 담았는지 봤죠. 일반 기업이라면 이 신청서를 보고 통과시킬지 말지를 결정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일단 접수를 다 받고 그들에게 1대1 컨설팅을 붙였어요.”

✚ 심사 전에 컨설팅을 받게 했다고요?
“네. 심사 전 가접수 단계에서 이뤄진 일입니다.”

 

✚ 어떻게 그런 방식이 가능하죠?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아이디어는 좋은데 서류 작성이 미진한 사람이 있다면, 컨설팅 단계에서 그걸 도와주면 됩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좋은데 생각이 흩어져 있다면 그걸 종합해서 짚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으면 되고요. 그 과정을 거친 다음 1차 접수를 받았어요.”

✚ 도전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네요.
“우리 사회는 사업을 하다 망하기라도 하면 대부분 혼자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재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사회적기업, 단비기업을 선정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여기서 힌트를 얻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면 이번에 넘어지더라도 내년에 다시 신청을 하거나 다른 공모사업에도 도전할 수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기업들도 있고요.”

✚ 전국 최초로 시도한 소셜프랜차이즈도 흥미롭습니다.
“소셜프랜차이즈 역시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사회적기업들이 다들 소기업이다 보니 참여의 기회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공동으로 대응하고, 공동으로 규모를 키워 일반 기업과 경쟁을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 공동으로 대응한다? 설명을 좀…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홍보ㆍ마케팅ㆍ교육 등 각각의 업무 파트가 있습니다. 소셜프랜차이즈는 이런 본사의 업무를 기업으로 쪼갠 겁니다. 홍보 업무는 홍보ㆍ마케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교육은 교육 전문기업, 물류는 물류 전문기업이 맡는 식이죠. 하지만 사회적기업에 그것만 하라고 하면 돈이 안 됩니다. 그러니 각자 본연의 업무는 하면서 소셜프랜차이즈도 함께 하는 거죠. 이걸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공공은’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습니다.”

✚ ‘공공은’은 무슨 뜻인가요?
“지역사회와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며 연대하는 협력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카페로 첫 시작을 했는데 플랫폼만 구축해 놓으면 어디에든 적용이 가능합니다. 언뜻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뜯어보면 그 안에 굉장히 많은 협의체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대상을 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년간의 실험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거죠.”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

✚ 다양한 실험들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요.
“행정, 당사자, 센터라는 세바퀴가 잘 돌아가는 게 가장 큰 힘입니다. 이 삼각체계가 잘 이뤄지면 행정은 갑질을 하지 않고, 당사자들은 자신들만의 고집을 내려놓게 되죠. 부천 사회적기업협의회장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행정에 요구하지 않고 요청하는 협의회가 되겠다’고요. 그말 속에 부천시 사회적경제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센터가 이런저런 실험을 기획하면 행정이 실험을 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고, 당사자들은 실행을 통해 보여줬죠. 그게 우리의 힘이고,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 노력들로 뭔가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나요?
“사회적경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당장 뭔가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누리지 못하더라도 아들ㆍ딸, 그 다음세대에 변화가 나타나길 바라는 거죠. 그때 완벽한 경제민주화, 공평한 나라가 되진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요? 우리의 앞선 세대들이 피땀 흘려서 쌓은 걸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 원초적인 질문입니다. 사회적경제가 도대체 뭔가요? 용어 자체를 여전히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7월 14일 대구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념축사를 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개념이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경제와 가장 가깝더라고요. 사회적경제는 기존 시장경제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다음 단계인 공정한 경제체제로 가는 ‘디딤돌 경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하지만 사회적경제라는 정의 자체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거다’라고 한마디로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 우리나라엔 언제 도입이 된 거죠?
“2007년 도입되고 사회적기업 육성기본법이 제정됐습니다. 물론 시작은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죠.”

✚ 그게 언젠가요?
“외환위기(IMF)가 터졌을 때,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공공일자리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퍼주기만 하다 보니 생산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생산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게 ‘자활’입니다. 나중에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한만큼 돈을 가져가게 한 거죠.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었습니다.”

✚ 뭐죠?
“100% 국민세금이 투여됐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투여 대비 생산성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사회적기업의 개념이 도입된 겁니다. 처음엔 지금처럼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었어요.”

스타기업이 신생기업 돕는 협업체계

✚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도 그즈음 생겼나요?
“2010년에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센터가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위기가 있었고, 센터도 행정의 보조역할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이젠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사회적기업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사회적기업이 100억원대 매출이면 대단하네요.
“아직도 많은 보완이 필요하지만 부천시는 사회적기업들 간 협업체계가 워낙 잘 돼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직접 고용하는 보안업체 ‘위드플러스’는 고용인원 12명으로 시작해 현재 70명까지 늘었습니다. EOS라는 LED 제조업체도 공기업에 납품을 하는데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굴한 업종별 스타기업이 신생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협업체계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 몇년 전부터는 협동조합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부천시도 그런가요?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사회적기업을 보고 학습효과가 생긴 거죠. 과실을 두루 나누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5명만 모으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협동조합이 우후죽순 생긴 측면도 있습니다. 부천시만 해도 지금 130~140개의 협동조합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건 30개 남짓이에요. ‘지원금만 받겠다’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면 오래갈 수 없습니다.” 

✚ 일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거네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기업은 자연도태 되게 마련입니다. 이런 과정을 빨리 겪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해요.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보다는 컨설팅 같은 간접적인 활동의 기회가 좀 더 많아져야 합니다.”

 

✚ 가장 궁금했던 점입니다. 인구 87만명의 부천시는 어떻게 사회적경제의 성지聖地가 된 건가요?
“저는 사회적기업들을 보면서 부천시와 참 많이 닮았단 생각을 합니다. 부천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 같은 게 있어요.”


✚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 무슨 말인가요?
“서로 융합하거나 창의적인 DNA를 가지고 활동하지 않으면 부천에서는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밖에서 보기엔 부천이 문화도시로 제법 그럴 듯해보일 겁니다. 하지만 부천시는 전국 기초단체 중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인 데다 제조기업도 거의 없어요.”

✚ 인프라가 좋지 않다는 얘긴가요?
“그렇죠. 그렇다면 문화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 역시 극소수에게 해당되는 얘기일 뿐입니다. 융합하고 창조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란 거죠. 원래부터 창의적인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 아니라 이게 아니면 살 수 없는 곳이다 보니 뭘 자꾸 시도하게 된 겁니다.”

절박함이 만든 혁신

✚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회적경제팀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사회적경제센터장이 사회적경제팀이 없어지길 바란다?
“조직이 있다는 건 힘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호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센터가 없다면 공평하고, 공정하고, 과실을 나눌 수 있는 경제가 비로소 가까이 와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런 뜻에서 사회적경제팀이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부천시의 브랜드는 ‘판타지아 부천’이다. 환경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 판타지를 꿈꿀 수밖에 없는 현실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런 부천이 행정과 당사자와 센터가 서로 호흡하며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부천을 주목하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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