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 장녹수전

‘궁:장녹수전’의 장면들.[사진=정동극장 제공]
‘궁:장녹수전’의 장면들.[사진=정동극장 제공]

장녹수는 요부妖婦일까 예인藝人일까. 정동극장의 2018년도 상설공연 ‘궁:장녹수전’은 그녀가 조선 최고의 예인이었다는 사실에 초첨을 둔다. 그간 문화 콘텐트 속에서 장녹수는 연산과의 관계를 통해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로 그려졌다. 이번 공연은 그녀가 갖췄던 빼어난 기예를 중심으로 예인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궁:장녹수전’에는 장녹수와 연산의 관계 외 또다른 인물인 ‘제안대군’이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제안대군은 예종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에 즉위하지 못한 왕자다. 기예를 아끼는 풍류객으로, 장녹수의 숨겨진 끼를 알아보고 최고의 기녀로 키워내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기록상 연산군과 장녹수는 제안대군의 저택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대군의 가노비였던 장녹수는 출중한 기예로 연산의 눈에 들어 궁에 입궐한다.

한국 전통 무용극인 ‘궁:장녹수전’은 한국의 전통놀이와 기방 문화, 궁 문화를 장녹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정월대보름 등불춤, 버나 돌리기, 콩주머니 던지기 등 우리의 전통놀이뿐만 아니라 장녹수가 기생들과 함께 보이는 ‘장고춤’,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교방무’ 등 기방 문화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궁녀들은 ‘가인전목단’을 선보이고, 연산과 장녹수가 배를 타고 즐기는 마지막 연희는 ‘선유락’으로 장식한다.

장녹수와 신하들이 대적하는 장면에서는 강렬한 북춤이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삼고무 연주하듯 북채를 휘두르는 장녹수의 춤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권신들이 연산에 올리는 긴 상소문들이 연산의 몸을 옭아매며 추는 군무는 극의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꼽힌다. 상소문은 우리 문화를 알리고자 ‘한글’로 씌였다. 현대 미술의 거장인 이성근 화백이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연산의 폭정에 신하들은 역모를 꾸며 백성을 선동한다. 상황도 모른 채 연산과 녹수는 뱃놀이를 즐기고 마침내 반란이 일어난다. 혼돈 속에서 녹수는 끝이 왔음을 직감하고 연산 앞에서 자신의 마지막 기예를 펼친다. 조선의 왕 중 가장 풍류를 사랑했던 왕 연산과 장녹수의 만남은 ‘한바탕 잘 놀았노라’라는 비명을 마지막으로 비극적 결말을 알린다.

‘궁:장녹수전’은 창작 초연으로 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정혜진 안무가, 뮤지컬 ‘레드북’의 오경택 연출가, 박동우 미술감독 등 분야별 대표 스태프가 함께해 관심을 모은다. 오는 12월 29일까지 정동극장에서 상설공연으로 열린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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