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석❼ 정유ㆍ화학

최근 정유업계는 전통 화학업계가 영위해온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한 화학제품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이런 움직임은 정유업계 이익의 질質이 낮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기ㆍ태양ㆍ바람ㆍ물 앞에 촛불 신세로 전락한 정유업계의 민낯을 분석해봤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유 ·화학 업종의 이익의 질을 살펴봤다. 
 

정유업계가 NCC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유업계가 NCC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유ㆍ화학업종 이익의 질이 2008년 이후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익의 질 수치는 낮을수록 좋은데, 지난해 정유ㆍ화학업종 이익의 질은 64.8%였다. 2008년(76.2%)이나 지난해 업종별 전체 평균(73. 3%)과 비교해도 개선됐다. 수치가 너무 높거나 낮아서 이익의 질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는 기업의 수도 2008년 12개에서 지난해 2개로 크게 줄었다.

주목할 점은 같은 업종으로 묶여 있음에도 각 기업의 사업 성격에 따라 이익의 질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일단 이익의 질을 양호하게 이끈 기업은 이수화학(14.2 %), 금호피앤비화학(17.6%), SKC(18.5%), 삼화페인트공업(21.4%), OCI(31.9%), 롯데정밀화학(36.6%) 등이었다. 주로 기초유분을 분해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다운스트림 화학업체이거나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업체들이다. 사업 범위가 넓은 LG화학(56.1%)도 이익의 질이 썩 나쁘지 않았다. 

반면 이익의 질이 신통치 않은 업체들은 기초유분을 만들어내는 업스트림 업체이거나 국제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정유사였다. 특히 정유4사 이익의 질은 SK이노베이션 84.3%, GS칼텍스 91.3%, 현대오일뱅크 95.3%, 에쓰오일 109.6%였다. 업종별 전체 평균(73.3%)보다 나빴다. 최근 몇년 간 정유사들이 NCC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유만으로는 힘드니 NCC 사업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만들어내겠다는 심산이다. 

 

사실 정유업계는 여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정제마진을 누리고는 있지만, 가격이 과거처럼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화학산업 원재료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손익을 얼마나 보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방산업인 자동차산업은 전기차로 점점 이동하고 있고, 발전소도 태양광이나 풍력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가 밝지는 않은 셈이다. 

문제는 NCC 사업도 만만치는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수직계열화나 설비투자 등을 통해 NCC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서다. 경쟁심화가 가격하락과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면 또다른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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