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성과 내려면…

규제개혁 얘기가 나오면 늘 직업 공무원이 도마에 오른다. “왜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에 나서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는 거다. 공무원이 나서면 바꿀 수 있는 게 많다. 문제는 규제개혁에 적극 나설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이다. 애써 규제를 없앴는데, 칭찬은커녕 질책만 당하고 심지어 소송까지 휘말린다면 누군들 복지부동하지 않겠는가. 안동현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규제개혁의 합리적인 길을 찾아봤다. 

규제개혁을 위해선 일선 공무원의 어깨부터 가볍게 만들어줘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규제개혁을 위해선 일선 공무원의 어깨부터 가볍게 만들어줘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건 1998년이다. 정부가 규제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지 벌써 20년을 맞았다는 얘기다. 역대 정부는 틈이 날 때마다 각종 규제와 전쟁을 치렀다. 그럼에도 규제개혁신문고에는 “여전히 숱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기업과 소상공인, 일반 국민의 성토가 끊이질 않는다. 규제개혁 성과가 낮다는 방증이다. 

규제개혁 성과를 향한 화살은 늘 한곳으로 쏠린다. 직업 공무원(늘공)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거다. 실제로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직업 공무원은 ‘늘공’이라는 속칭 답게 규제개혁에 미온적이다.

그런 공무원에게 나름의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하나의 규제엔 정부기관, 이익단체의 이익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법대로 규제를 풀어도 한쪽의 의견만 받아들였다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감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일선 공무원은  담당부서 업무가 아니면 가급적 피하려 하고, 개입도 최소화한다. 큰 혜택이 돌아오지도 않는 일을 굳이 진행해서 훗날 책임져야 하는 일을 만들기 싫다는 거다. 익명을 원한 한 공무원은 “규제를 개혁해도 진급은커녕 법정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 다행”이라면서 푸념을 늘어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7월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공무원 때문에 규제개혁이 안 된다고 비판하지만, 현실적으로 공무원이 규제를 완화하면 각종 불이익이 뒤따른다”면서 “규제를 개혁한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나중에 탈이 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보호책 정도로 규제개혁을 유인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안동현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규제개혁에) 접근하면 해법은 명확하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손익구조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규제를 풀어서 잘돼도 크게 이득 볼 건 없고, 잘못되면 최악의 경우 법적 처벌까지 받는다면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까닭이 없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처럼 정책결정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안 교수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 “규제개혁에 한해 단기적으로 공무원 면책조항을 만들 수 있고, 장기적으론 감사원의 정책감사 기능을 없앤 후 국회의 국정감사에 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성과가 불확실한 사안들은 담당 부처가 국회 상임위에 올리고, 여야와 담당부처가 논의해 책임을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늘공’의 해태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는 거다. 규제 법률을 생산하는 게 국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은 충분해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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