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號 9대 선장 최정우의 선택

‘포스코 최정우호號’가 7월 27일 출항했다. 50년 포스코의 제9대 선장자리에 오른 최정우(61)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With POSCO’를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일자리 만들기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힘쓰겠다는 뜻인데, 초반부터 작금의 사회적 요구에 무척 신경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가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 정치권의 공격 등을 극복하고 뉴 리더십ㆍ뉴 포스코 구축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정우 회장의 과제를 살펴봤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비주류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포스코의 키를 잡았다.[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비주류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포스코의 키를 잡았다.[사진=연합뉴스]

“포스코 회장 후보로 선정돼 영광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 선배들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23일 당시 최정우 회장 후보는 이런 소회를 밝혔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자신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해서 발표했을 때였다. 

‘최정우’ 개인으로서는 영광이지만 공인公人 ‘최정우 회장’으로선 “어깨가 무겁다”는 게 솔직한 심경일 것이다. 포스코가 결코 예사 기업이 아니라서 그렇다. 올해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았던 포스코 그룹은 현재 국내 재계 순위 6위(자산 기준)다. 계열사만도 국내 38개, 해외 124개에 달하는 거대 비즈니스 그룹이다. 연간 매출은 60조원 규모(2017년 60조6550억원), 순이익은 3조원 상당(2017년 2조9734억원)에 이른다. 

1968년 대일청구권 자금을 종잣돈으로 영일만 허허벌판에서 출범했던 포스코의 제철보국製鐵報國 역사는 그대로 한국 산업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한다. 국민기업이란 자부심 아래 성장한 포스코는 국내는 물론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조강粗鋼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2017년 4219만t)의 철강기업이며, 국제경쟁력 또한 최상급인 회사다.  

이처럼 기업의 면모만 봐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포스코지만 유독 최고경영자(회장ㆍCEO) 선임ㆍ퇴임에 관한 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래서 세간에는 ‘포스코 회장 흑역사’란 말까지 등장했다. 역대 회장 대부분이 새로 출범하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으며 취임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연임에는 성공하지만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연임 초반에 예외 없이 임기 전 사퇴를 거듭했다. 국민들에겐 포스코 회장 자리가 마치 정권의 전리품처럼 비쳤다.


일반 사기업에선 볼 수 없는 일이다. 한진그룹 오너들이 대기업 오너 갑질 규탄의 표적이 돼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쉽사리 CEO 자리만큼은 내놓지 않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가 된다. 

공기업이었을 땐 그렇다 치더라도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그 같은 흑역사가 반복된 걸 보면 우리 정부나 정치권의 포스코 경영권에 대한 생각이 한결같음을 알 수 있다. 딱히 주인이 없는 회사라 여긴 탓인지 회장 선임과 퇴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한 상태다. 미리 말하지만 연임 후 임기 보장에 관한 한 앞으로도 큰 기대는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민간인 대주주가 나오지 않는 이상 기대 난망이 아니겠는가.
 

포스코는 지난 4월 18일 권오준 회장이 연임 임기 2년을 남겨두고 느닷없이 사의를 표명하자 곧장 ‘CEO 승계카운슬’을 가동해 2개월이 넘도록 20명 이상의 후보를 찾아 검증했다. 최종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CEO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는 고심 끝에 9대 최정우 회장을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외압을 배격하고 낙하산 인사라는 고질적인 비판을 면하려 무척 애쓴 것으로 비쳤다. 

막상 최 회장이 최종 선임되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편으론 기대도 컸다. 흑역사를 배격하고 지금까지 50년간 지속돼온 CEO 선임 패턴을 깨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임 전후로 시민단체나 정치권 등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심지어 내정자였던 최 회장을 업무상 횡령 방조,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포스코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최 회장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의 선임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비非제철소장’ ‘비엔지니어’ ‘비서울대’ ‘비주류’였기 때문이다. 대부분 역대 포스코 회장은 제철소장을 거친 경우가 많았다. 포스코의 본업이 고로高爐 방식의 철강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입사 36년 동안 재무ㆍ감사ㆍ기획 등 소위 간접부서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민영화 이후 회장직에 올랐던 유상부(5대), 이구택(6대), 정준양(7대), 권오준(8대) 전 회장들은 모두가 서울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였다. 최 회장은 부산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경력도 주력 모기업 포스코에서 다 쌓은 게 아니라 포스코 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계열사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쌓았다. 포스코 내부에서 볼 때 주류가 아닌 비주류 인사로 비칠 만했다. 그러다 보니 2개월이 넘는 인선 과정에서 마지막 결정 직전까지 별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그의 말대로 “영광스러운” 포스코 9대 회장직을 거머쥐었다.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비제철소장, 비엔지니어, 비주류란 그의 경력이 오히려 호재가 됐다. 약점이 오히려 원군이 된 셈이다.

최 회장에게는 ‘뉴 리더십 구축’ ‘뉴 포스코 초석 깔기’ 등 중차대한 임무가 주어졌다. 지금까지 50년간 이어진 포스코 회장들의 리더십은 상당히 권위주의적이었다. ‘고로 제철업’이란 중후장대重厚長大 사업과 리더십이 궤를 같이한 셈이었다. 

 

적어도 회사 이익의 80% 이상을 철강업이 담당하는 상황에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년 포스코 역사를 새로 써나가야 하는 상황에선 리더십에도 탈바꿈이 필요할 것이다. 그가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포스코에 Love Letter를 보내주세요”란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다가올 50년을 위해 포스코에 사랑이 담긴 쓴소리를 널리 들어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창립 100주년에 가면 ‘철강ㆍ인프라ㆍ신성장’이란 3대 핵심 사업군의 수익 비중을 4대 4대 2로 가져간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있다. 100주년을 맞는 2068년 연결 매출 목표는 500조원, 영업이익 목표는 70조원에 이른다. 엄청난 청사진이다. 

최 회장은 2015년부터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구조조정 실무를 지휘한 경력이 있다. 포스코 건설과 포스코대우(종합상사), 포스코켐텍(석탄화학 및 탄소소재 전문기업) 등의 계열사에서 다각도의 경험을 쌓았다. 주특기도 재무와 감사, 기획 분야다. 포스코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그룹 효율성 제고 등에서 그의 경험과 능력 발휘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철강 제조나 판매에 대한 경험 부족은 그가 서둘러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의 부상, 미국ㆍEU 등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국내 철강 연관 산업의 부진 등 극복해야 할 초대형 과제도 그 앞에 버티고 있다.

그는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이지만 현안을 접하면 세밀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외유내강형으로 알려져 있다.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는 그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듣고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해 포스코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고 한다. 비주류 인사인 그가 선임되자 많은 후배들이 자신들도 장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반색했다는 말도 들렸다. 그가 쟁쟁한 선배 회장들과는 차별화된 업적으로 포스코 중흥을 이뤄내길 기대해 본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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