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건강 ❶

폭염이 일상화했다. 지난 21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6.9도를 기록했다. 필자가 지내고 있는 지구 반대편 캐나다도 폭염에 허덕였다. 지난 6월에는 40도에 달하는 기록적 폭염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온열질환을 얕봐선 안 된다는 거다. 열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무더위에 개인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는 이들을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무더위에 전신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는 이들은 서열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무더위에 전신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는 이들은 서열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필자는 캐나다 오타와대학 글렌 케니(Glen Kenny) 교수 연구실(Human and Environmental Physiology Research Unit)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이 연구실의 주요 연구 주제는 고온 환경에 노출된 인체의 ‘열교환’을 분석하고, 개인의 열노출 한계를 성정하는 것이다. 열에 취약한 계층(고령ㆍ당뇨ㆍ고혈압군), 고온 노출작업자(소방관ㆍ건설현장 작업자ㆍ탄광노동자ㆍ군인) 등이 연구대상이다.

사람의 인체는 환경과 열교환을 한다. 열교환의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전도ㆍ증발ㆍ대류•복사’ 네가지 경로로 이뤄진다. 전도에 의한 열교환은 수중작업이 아닐 경우,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증발에 의한 열교환은 불감증설량(Insensible perspiration)과 총 발한량(total sweat rate)을 통한 열손실량으로 추정한다. 대류와 증발에 의한 열교환량은 인체를 둘러싼 온도(공기)와 습도의 미세한 변화를 활용해 계산하는데, 이 과정에선 ‘인체열량계(human calorimeter)’가 쓰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열에 취약한 계층은 인체의 열손실 시스템이 노화(혹은 손상)해 ‘서열질환(heat-related illness)’의 발병률이 높다. 고온 노출작업자는 과도한 육체노동과 개인 보호복 착용으로 인해 ‘서열질환’에 쉽게 걸린다.

그래서 필자는 인체ㆍ환경ㆍ의복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 개인 보호복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 극심한 기후변화에도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최근 폭염이 심해지고 열질환자가 증가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연구자로서 ‘무더위에 전신 보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작업자의 열질환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필자가 지내고 있는 캐나다 퀘벡주도 최근 극심한 더위를 겪었다. 퀘벡주는 최근 “올여름 40도에 이르는 고온현상으로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일주일간 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고령ㆍ당뇨ㆍ고혈압 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미국의 경우, 고온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서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조차 젊고 건강한 남성 작업자를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난 폭염에 고령ㆍ당뇨ㆍ고혈압군 사망자가 다수 발생 한 이유다.

열에 취약한 개인군을 대상으로한 새로운 노출 한계 설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케니 교수팀 연구에 의하면 고온 노출 시 열손실 시스템은 40대 초반에 손상되기 시작해 60대에 현저히 악화한다. 당뇨가 있거나 고혈압인 경우 이런 열손실 기전이 손상될 가능성은 더 높다.

그렇다면 푹푹 찌는 여름, 우리는 열손실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다음편에서는 고령ㆍ당뇨ㆍ고혈압이 인체 열손실 시스템을 손상시키는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열에 취약한 이들은 폭염 속에서 어떻게 서열질환을 예방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겠다.
이주영 서울대 의류학과 부교수 leex3140@snu.ac.kr│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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