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변승철 부부의 월 잉여자금은 0원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부부는 보험료, 식비, 용돈 등을 줄이거나 수정해 월 잉여자금을 135만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출 항목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재무설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변씨 부부의 지출 다이어트 현황을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14편 두번째 이야기다. 

환급형 보험에 가입할 때는 적립보험료의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환급형 보험에 가입할 때는 적립보험료의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변승철(가명·32)씨와 오명순(가명·34)씨 부부는 결혼 5년 만에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부담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부인 오씨는 “출산과정에서 발행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복직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며 “최소 2~3년간 외벌이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출산도 결국은 ‘돈’ 문제다. 임신과 출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200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임신에서 분만까지 드는 비용은 자연분만의 경우 170만원, 제왕절개는 229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기형아검사, 양수 검사, 정밀초음파 등이 더해지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산후조리원 비용도 비싸다. 2016년 기준 서울시 산후조리원의 2주 이용 평균 요금은 299만원에 이른다. 임신과 출산에만 최소 469만원(170만원 + 299만원)이 든다는 얘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옷·분유·유모차 등의 육아용품도 구입해야 한다. 2015년 국내 한 증권사는 신생아 1인당 육아용품 비용으로 548만원이 필요하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임신에서 출산, 육아 준비에만 1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부부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부부는 1~2년 내에 아이를 갖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사이 출산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외벌이에 대비한 여유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부부는 지출계획표를 통해 월 50만원(식비 30만원+부부 용돈 20만원)의 지출을 줄이겠다고 다짐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부부의 지출은 어떻게 줄여야 할까. 통신비(17만원)와 인터넷·케이블TV(4만원)부터 살펴보자. 부부는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과 케이블TV는 지역 유선 방송사를 이용했다. 같은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었지만 결합 등의 할인제도는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통신비를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결합할인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과 케이블TV까지 묶어 쓰면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사용패턴을 확인한 후 휴대전화 요금제를 5만원대로 변경했다. 더불어 인터넷·케이블TV를 추가해 인터넷 비용을 2만원대로 낮췄다. 그 결과, 21만원이었던 통신비와 인터넷·케이블TV 비용을 14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다음은 보장성보험료 43만원이다. 부부는 현재 남편 CI(중대질병) 종신보험(19만원)과 암보험(7만원), 아내의 건강보험(실손·17만원)에 가입해 있다. 아내의 건강보험은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있었는데, 보장은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보험료 17만원 중 8만원을 적립보험료로 납부하는 건 아쉬웠다. 남편의 CI종신보험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암보험은 주요 보장을 갱신형으로 가입해 보험료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반드시 필요한 보험 중 하나인 실손보험이 없다는 점이었다.

우선 아내의 보험료에서는 적립보험료(8만원) 부분을 제외해 보험료를 낮췄다. 남편의 CI 종신보험과 암보험은 해지하고 건강보험(7만원)과 실손보험(4만원)을 다시 가입했다. 그 결과, 월 43만원의 보험료를 월 20만원으로 23만원 낮출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의 종신보험 해지환급금 273만원, 아내의 적립보험료 환급금 188만원 등 461만원을 돌려받았다.


이 부부처럼 많은 금융소비자가 보험의 적립보험료를 저축처럼 생각한다. 만기가 되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적립보험료는 납부한 돈이 전부 쌓이는 게 아니다. 여기에서도 수수료 등으로 제외되는 부분이 있다. 돈을 모으는 게 목적이라면 보험이 아니라 적금에 가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부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건 또 있었다. 무엇보다 120만원에 달하는 식비를 줄여야 한다. 부부는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외식을 즐겼다. 술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외식과 함께 술도 자주 마셨다. 주말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니며 외식을 즐겼다. 두 사람의 식비 120만원은 절반인 60만원으로 줄였다. 두 사람 모두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부부는 평일 외식을 자제하고 술도 줄이기로 했다.

부부는 용돈도 각각 10만원(남편·40만원→30만원, 아내·35만원→25만원)씩 절약하기로 했다. 사실 부부는 용돈을 각각 20만원 줄이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과도하게 지출을 줄이는 건 독이 될 수 있다.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출을 줄이는 게 현실적이다.

신용카드 할부대금(월25만원)은 보험을 정리하면서 돌려받은 환급금(416만원)을 활용해 정리하기로 했다. 부부는 부족한 생활비를 신용카드를 활용해 충당했다. 필요한 물건을 살 때도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돈이 조금씩 쌓여 매월 갚아야 하는 할부금만 25만원(원금 280만원)에 달했다. 부부는 환급금 416만원 중 280만원을 사용해 남은 할부금을 모두 상환했다.

여행·휴가비(10만원)와 각종 모임비(25만원)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부는 가족(월 15만원)과 지인(월 10만원)과의 여행을 위해 돈을 지출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출산 후 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생각해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는 지출 다이어트를 통해 통신·인터넷비(7만원), 보장성 보험료(23만원), 식비(60만원), 용돈(20만원), 카드 할부금(25만원) 등 135만원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부부의 월 잉여자금은 0원에서 135만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기존 저축액 65만원(재형저축·20만원, 적금·30만원, 연금저축보험·15만원)을 더하면 월 2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남은 건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짧게는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길게는 외벌이로 줄어들 소득에 대비해야 한다. 이 돈을 활용해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다음편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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