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용돈의 역설

용돈이 늘었지만 직장인의 소비심리는 10년 전보다 위축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돈이 늘었지만 직장인의 소비심리는 10년 전보다 위축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8년을 사는 직장인의 평균 용돈(57만원)이 2009년 대비 21.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2월 기준). 그렇다고 호주머니가 두둑해진 건 아니다. 살림살이가 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용돈이 어쩔 수 없이 쫓아간 결과다. 직장인의 55%가 ‘용돈이 부족하다(잡코리아 설문조사·3월 기준)’고 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장인의 지출항목을 들여다보면, 절로 이해가 간다. 2008년 2100원이던 담뱃값(디스플러스 기준)은 지난해 4100원으로 2배 가까이 인상됐다. 스타벅스 커피값은 같은 기간 3300원에서 4100원으로 24.2% 상승했다. 그 때문인지 직장인들은 용돈을 쓰기에 아까운 지출로 ‘담배·커피(28.9%·복수응답)’를 꼽았다. ‘작은 사치’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2위는 ‘식비(25.4%)’였다. 삼겹살(65.8%)·냉면(32.5%)·자장면(29.7%) 등 음식비가 10년 동안 꾸준히 오른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용돈이 부족하니 다른 주머니를 차는 직장인도 늘어났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3명이 배우자 모르게 비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비자금을 만드는 이유로 ‘원하는 데 쓰기 위해서(30.7%)’라고 답했다. 은행에서 쌈짓돈을 빌리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자사 대출상품 중 50만~300만원대의 비상금대출 이용자가 전체의 52.7%에 달한다고 밝혔다. 용돈은 올랐지만 오른 게 아니다. 직장인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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