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목표 달성했을까
금투자 활성화 실패 지적 많아
금가격 하락세 번번이 발목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삼은 KRX금시장이 개장한 지 4년이 지났다. 한편에선 금시장 양성화에 일조했다고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시장 양성화도, 투자 활성화도 여전히 미흡하다고 혹평을 늘어놓는다. 무엇보다 금가격 하락세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금을 암거래하는 큰손들도 여전히 ‘금시장’을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KRX금시장의 명암을 살펴봤다. 

KRX금시장이 개장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KRX금시장이 개장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익률 마이너스 4.68%. 2014년 3월 개장한 KRX금시장의 4년간 성적표다. 금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일환이었다. 2013년 기준 국내 금 유통 규모는 연간 100~110t가량이다. 정부는 이중 60~70%에 달하는 55~75t 정도가 밀수·정련금(기존의 금을 다시 녹여 사용하는 금) 등 음성거래로 봤고, 연간 2200~33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탈세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KRX금시장은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개설됐다. 금 거래를 양지로 끌어올려 세수를 확대하고 금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KRX금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거다.

이런 KRX금시장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국거래소는 고품질의 금이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으로 거래돼 금시장의 양성화라는 시장의 취지를 충분히 살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14년 3월 5.6㎏에서 지난해 23.1㎏으로 4.1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억4000만원에서 10억6000만원으로 4.4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금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7일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평균 23.1㎏보다 훨씬 적은 17.4㎏에 그쳤다. 하루 평균 40~50㎏ 수준인 장외 거래량과 비교해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0억6000만원에서 7억98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시장 개설 취지를 감안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KRX금시장이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조폐공사가 품질을 인증한 순도 99.99 %의 금을 거래해 품질이 우수하다. 주식시장처럼 매도·매수자가 동시에 거래에 참여해 투명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세금 면에서도 유리하다. 금 매도 시 양도소득·배당·이자소득 등의 세금이 면제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그렇다면 금시장이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수익성이 약하다. KRX의 개장 이후 수익률은 -4.6 8%다. 투자를 해도 돈이 안 된다는 거다. 금값의 상승세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안전자산인 금값이 반등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국제 금 가격은 1월 25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1362.40 달러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림세를 걷고 있다. 달러 강세, 낮은 인플레이션이 금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보인다.

금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취지를 달성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취지를 달성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불안하면 금값이 오른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달러 강세, 선진국의 경제성장세 등이 금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하반기 두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며 “하지만 물가 상승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금가격의 상승세를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또 있다. 거래소 하나로 금시장을 양성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금을 불법상속·재난은닉·비자금 형성 등의 목적으로 사용해온 우리나라 큰손들은 여전히 지하시장을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자 시장 활성화와 금거래시장 양성화 중 명확한 타깃을 잡았어야 했다”며 “투자자도 시장도 금시장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시장 개장 초반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던 증권사의 참여가 저조한 것도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투자자·공급자·중개자 모두에게 외면 받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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