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이익의 질 악화일로
2014년 68.7%→2017년 73.3%
기업 경쟁력 잃고 있다는 시그널

국내 기업의 이익의 질質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매출액 순위 300대 기업의 이익의 질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 78.6%에서 2014년 68.7%로 개선됐던 이익의 질은 지난해 73.3%로 악화했다. 2018년 1분기 이익의 질은 조금 개선됐지만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되레 그게 더 큰 문제다. 이익의 질의 수준을 따져볼 수도 없는 수준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더스쿠프가 분류한 23개 업종 중 2014년 대비 이익의 질이 좋아진 업종은 6개뿐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가 분류한 23개 업종 중 2014년 대비 이익의 질이 좋아진 업종은 6개뿐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떤 기업이 건실한 기업일까. 일반적으로 기업을 평가할 때는 자산이나 매출 규모를 따진다. 벌어들이는 돈이 많고 덩치가 클수록 좋은 기업이라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매출액이 높아도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 자산은 많은데 매출이 신통치 않은 기업도 많다.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두 기준 모두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이익의 질質’을 살펴봐야 한다. 이익의 질이 좋다는 건 성장동력을 확보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김경률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일반적으로 이익의 질을 구할 때 사용하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재무제표 중 분식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기준으로 한 이익의 질은 기업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 이익의 질은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매출액(2017년 기준) 순으로 사업보고서가 있는 기업 300개를 선정해 2008년, 2014년, 2017년, 2018년 1분기 기업 이익의 질을 분석했다. 2008년은 세계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는 상징성이 있다.

2014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몰고온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기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6%로 2012년(3.5%), 2013년(3.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익의 질은 해당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으로 나누고, 백분율로 환산해 산출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는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 당기순이익, 자산·부채의 변동, 이자 지급액과 수취액, 배당금 수입, 법인세 납부액 등이 포함돼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많을수록 회사는 현재 수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오고가는 돈이 많아야 이익이 날 여력이 높아서다. 이 수치가 낮게 나올수록 이익의 질이 좋다는 의미다. 

반대로 당기순이익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보다 많다는 것은 재무제표에서 현재 이익을 크게 잡고 미래의 이익을 적게 계산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결과값이 클수록 기업의 미래 수익성이 부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익의 질을 살펴볼 때도 물론 주의할 점은 있다. 윤주석 목원대(서비스경영학) 교수는 ‘서비스산업의 현금흐름특성’이라는 논문에서 “이익의 질이 양호하게 평가되기 위해서는 당기순이익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많게 나타나야 한다”면서도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이익조작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차이가 크면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더스쿠프(The SCOOP)는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경우(300% 이상)는 통계로 잡지 않았다. 마이너스 수치가 나오는 경우도 이익의 질을 따져볼 가치가 없어 제외했다.(통계없음=N/A로 표시)

당기순이익은 늘었지만…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의 질은 어떻게 변했을까. 무엇보다 이익 규모는 크게 성장했다. 2008년 24조5172억원이었던 300대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80조505억원으로 증가했다. 10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기업은 2008년 69곳에서 지난해 47곳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선 기업은 36곳에 달했다. 이익의 규모만 놓고 보면 완연한 회복세다. 

하지만 이익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전체 기업의 평균 이익의 질은 2008년 78.6%에서 지난해 73.3%로 5.3%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다. [※ 참고: 앞서 언급했듯 이익의 질은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2008년 대비 73개 기업의 이익의 질이 개선됐지만 악화한 기업도 61곳에 달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 한국경제를 이끈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의 이익의 질이 나빠진 건 뜻밖이다. 실제로 상위 10개 기업(당기순이익 기준) 중 지난해 이익의 질이 2008년 대비 악화한 기업 3곳 중 2곳이 삼성전자(52.0%→74.0%)와 LG디스플레이(21.9%→41.7%)였다. 두 회사의 2008년 당기순이익 합은 30조5805억원으로 전체 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의 38.2% 비중을 담당했다. 

수치 높을수록 이익의 질은 ‘악화’  

이밖에도 서비스(59.2% → 86.9%), 소비재(81.5% → 101.0%), 운수장비(48.5% → 83.42%), 유통(58.3% → 76.2%), 자동차부품(52.9% → 75.3%), 전기·전자(70.4% → 82.3%), 제약(114.8% → 128.2%), 지주회사(84.6% → 196.5%)의 지난해 이익의 질이 2008년 대비 악화했다. 

문제는 비교시점을 2014년으로 끌어올리면 이익의 질이 더 악화했다는 점이다. 2017년 매출액 기준 300대 기업 중 2014년 대비 이익의 질이 악화한 기업은 86곳에 달했다. 3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47조2300억원에서 지난해 80조505억원 두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이익의 질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업종별 이익의 질을 비교하면 악화 정도는 더 커진다.

23개의 업종 중 이익의 질이 개선된 곳은 에너지(51.2% → 48.1%), 운수장비(125.2% → 83.4%), 정유·화학(70.3% → 64.8%), 철강(54.1% → 52.2%), 항공(74.9% → 39.8%), 해운·운수(81.0% → 46.8%) 등 6개뿐이었다. 이익의 질 증감 추이를 가늠할 수 없는 3개 업종(무역·상사, 조선, 지주회사)을 제외하면 나머지 14개 업종의 이익의 질이 나빠졌다. 

국내 매출액 순위 300개 기업의 이익의 질을 조사한 결과를 요약하며 다음과 같다. “한국 기업은 ‘불황터널’의 어디쯤 서있다.” 전체 기업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증가했지만 이익의 질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 참고: 2018년 1분기 한국 기업의 이익의 질은 63.4%로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이 통계를 신뢰하긴 어렵다. 조사 대상의 절반에 이르는 150개 기업의 이익의 질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 150개 기업의 2018년 1분기 당기순손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결과다.] 

이익의 질이 보내는 경고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전쟁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째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저물어 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떤 기업도 이익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익의 질이 떨어진다는 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이익의 질이 한국기업에 날카로운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김정덕·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김윤창 더스쿠프 인턴기자 kyk6024@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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