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석❸ 운수장비

한국차 산업이 위기다. 업계는 ‘글로벌 무역전쟁’ ‘군산공장 폐쇄’ ‘노조와의 갈등’ 등 대내외 악재를 원인으로 꼽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2014년 글로벌 시장을 누비던 시절을 떠올리면 너무 급격한 추락이라서다. 어쩌면 4년 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건지 모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운수장비 업종의 이익의 질을 분석했다. 

2014년 한국차가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이미 위기의 시그널이 울리고 있었다.[사진=연합뉴스]
2014년 한국차가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이미 위기의 시그널이 울리고 있었다.[사진=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할퀴고 간 상처에도 당당했던 업계가 있다. 국내 운수장비(자동차)업종이다.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과 매각, 공장철수의 아픔을 겪는 사이 한국은 2014년 글로벌 차 생산량 5위 자리를 꿰찼다. 이땐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중국에서 1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 글로벌 생산량 5위 자리는 지난해 인도에 내줬다. 올해 상반기엔 더 부끄러운 성적표 ‘트리플다운’을 받아들었다. ‘내수(-0.3%)’ ‘수출(-7.5%)’ ‘생산(-7.3%)’ 모두 지난해보다 부진했던 거다. 업계는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조치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4.6%로 반토막이 난데다 올해 초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몸살을 앓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심상치 않은 신호는 사실 이보다 먼저 울렸다. 

한국산 자동차가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던 2014년 국내 운수장비 기업(7개)의 평균 이익의 질(수치가 낮을수록 양호)은 125.3 %로 2008년 48.5% 대비 크게 치솟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매출은 승승장구했지만, 현금으로 유입된 자금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익의 질이 악화했다는 건 투자여력이 부족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4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 대비 연구ㆍ개발(R&D) 비중은 각각 2.4%, 2.7%로 높지 않았다. 현재 전기차ㆍ무인차 등 미래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한국차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가 밑바닥에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운수장비업종의 지난해 평균 이익의 질은 83.4%로 호전됐지만,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관세폭탄이 언제 떨어질지 몰라서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산 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미국 상무부가 조사 중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은 104만2775대로 연간 수출량인 253만194대의 41%를 차지한다. 25%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국내 자동차 수출과 생산이 줄어들 게 뻔하다.

 

그 여파 때문일까. 올해 1분기엔 당기순손실 등으로 이익의 질을 파악하지 못한 기업이 2곳(2008ㆍ2014ㆍ2017년)에서 4곳으로늘어났다. 한국차, 위기가 맞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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