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석❺ 조선

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이 완연한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연초 세웠던 수주목표를 달성할 거란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앞날을 대비해 착실하게 준비해나가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눈앞의 현실이다. 당장 먹고살 먹거리가 부족하다. 먼 미래는커녕 한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종 이익의 질은 N/A였다. 뼈아픈 조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조선 업종의 이익 현황을 살펴봤다. 

2015~2016년 수주가뭄의 여파가 지금 조선업을 덮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5~2016년 수주가뭄의 여파가 지금 조선업을 덮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조선업계의 현실이 이익의 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조선업계 이익의 질 평균은 ‘N/A’. 당기순이익이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이익의 질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라는 뜻인데, 조선업종 7개 기업이 모두 N/A를 받았다. 현대중공업만 유일하게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마이너스를 면했지만, 이익의 질이 통계를 신뢰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낮아 N/A를 받았다.

“‘조선업이 바닥을 찍고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미디어에서 연신 쏟아지고 있는데 웬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었던 2015~2016년과 비교하면 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이 살아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사들의 주머니에 실질적으로 돈이 꽂히는 건 수주를 따내고 2년여가 흐른 뒤부터다. 뒤집어 말하면, 지난해와 올해는 2015~2016년에 주문 받은 배를 넘겨 이익을 올려야 하는데, 당시 실적이 바닥을 쳤으니 손에 쥘 돈도 몇푼 안 될 거라는 거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수주잔고는 각각 18조9046억원, 13조3840억원, 10조8424억원으로 2014년 수주잔고(3사 각각 50조3255억원, 40조5380억원, 21조644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올해까지 이어지는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고정비 축소와 효율성 제고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허리띠를 단단히 동여매지 않으면 착실하게 수주잔고를 쌓는다 해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했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을 감안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력 구조조정 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2019년까지 문제를 안고 갈 가능성이 높다.

 

중견조선사 중에선 STX조선해양의 상황이 가장 여의치 않다. 지난 4월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앞날은 여전히 어둡다.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당시 올해 수주 목표를 선박 20척으로 잡았지만 산업은행의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지연되면서 번번이 수주를 놓치고 있다. 등대가 저 멀리 업황 회복의 시그널을 비추고 있다지만 당장 앞바다엔 헤쳐 나가야 할 암초가 산적해 있다는 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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