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정보 공개 해외선 어떻게…

제약ㆍ바이오업체의 임상시험 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신뢰도 향상, 연구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실패 결과를 공유해 또다른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다. 실제로 세계적 제약사들은 아무리 씁쓸해도 임상시험의 실패담談을 공개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임상시험 정보를 숨기기 바쁜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임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해외국가의 사례를 살펴봤다. 
 

미국과 유럽 등 제약 강국들은 임상시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과 유럽 등 제약 강국들은 임상시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약ㆍ바이오산업은 국내에서 가장 촉망 받는 산업 중 하나다. 역대 정부는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숨김없이 드러냈고, 시장도 부응했다. 국내 제약ㆍ바이오업체들도 임상시험 소식을 전하면서 화답했다. 지난해엔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점유율 순위 6위에 오르는 쾌거도 이뤘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제약ㆍ바이오산업의 임상시험이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실제 민낯이 깔끔한지, 아니면 포장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제약ㆍ바이오산업과 기업의 성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임상시험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임상 정보는 기업이 선택적으로 제공하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부만 공개하는 게 전부다.

임상시험 정보의 투명성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세계 제약시장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임상시험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를 구축한 건 1997년의 일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불리한 정보를 기재하지 않는 등 허점이 많았다.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임상시험은 무려 30%에 달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해 칼을 빼들었다.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1년 안에 발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어기면 지원금을 중단한다는 제재안도 마련했다.  

정부 규제만이 아니다. 시장 안팎에 임상시험 결과를 공유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혹여 실패한 실험이어도 괜찮다. 지난 1월 세계적 제약사인 화이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신약개발 중단을 시장에 알렸다. 4월엔 머크와 인사이트가 항암면역치료제 임상시험의 실패를 공개했다. 글로벌 제약업체 사이에서 “임상 실패는 치부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또다른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한국을 찾은 바톨로뮤 토텔라 화이자(희귀질환분야 의학부) 대표의 말에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임상시험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화이자도 숱한 실패를 겪으면서 실패를 걸림돌이 아닌 학습의 기회로 삼는 문화를 정착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정보 공개를 강화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9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를 도입하는 게 이 개정안의 골자인데, 아직 심사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정안이 가결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실제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구축한 ‘한국임상시험포털(K-CLIC)’도 임상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일종의 ‘한국판 클리니컬트라이얼즈’인데, 아직 갈길이 멀다. 무엇보다 흩어져 있는 임상시험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덴 성공했지만 그 정보 자체가 제한적이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제약ㆍ바이오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임상 정보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기업의 의식개선과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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