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석➒ 섬유·의류

섬유와 의류는 한국의 ‘수출 효자’ 산업 중 하나다. 우수한 품질로 미국·중국 등 거대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 그 명성이 빛을 잃고 있다. 품질은 물론 가격마저 저렴한 신흥국 업체들에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기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섬유업종의 ‘이익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더기로 전락한 의류 명성,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섬유·의류업종의 이익현황을 살펴봤다. 

국내 섬유·의류 업계가 해외 업체와의 가격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섬유·의류 업계가 해외 업체와의 가격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섬유·의류산업이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섬유의 주원료인 원유 가격은 지난해 51.8달러(5만8041원)를 기록, 2016년 대비 25.5% 늘어난 반면 수출단가는 1㎏당 4.8달러(5378원)로 되레 4% 줄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2017년). 업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격경쟁 때문으로 풀이한다. 베트남·대만 등 신흥국 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판매단가를 낮추고 있어서다.

가격을 동결했지만 수출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지난해 섬유류 수출액은 137억4400만 달러(15조4001억원)로 2016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7.3 %)·미국(-3.8%) 등 주요 국가의 수출 규모가 줄어든 게 타격을 줬다. 의류 출하지수도 올 1분기 96.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2% 낮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 HAAD) 보복 조치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내수 상황도 좋지 않다. 의류 소비가 줄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의복 소매판매액은 4조2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의류 구매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하반기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3회째지만 예상보다 할인폭이 낮아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번에 조사한 국내 300개 기업의 이익의 질質에도 이런 냉혹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섬유·의류 부문 이익의 질은 2014년 60%를 기록한 이후 최근 가파르게 악화했다. 올해 1분기에는 무려 129.4%까지 치솟았다[※ 참고: 이익의 질은 낮을수록 양호].

물론 이익의 질이 개선된 기업도 있다. 한섬은 지난해 이익의 질이 세자릿수(122.2%)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엔 48.5%까지 낮아졌다. 1분기 당기순이익도 259억6300만원을 기록해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수익성이 높은 고가 브랜드(타임·시스템 등) 위주의 판매에 집중한 게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한섬은 노 세일(no sale)·재고 소각 등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기업이다. 본래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살려 위기를 타파한 셈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