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 그와 나눈 대화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 그와 나눈 대화들
  • 김다린 기자
  • 호수 301
  • 승인 2018.08.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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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운 운동장’이 문제라고 했다

청와대 조직 개편의 핫이슈는 ‘자영업비서관’이었다. 역대 최초로 신설된 자리인 데다가 낙점 받은 ‘인태연’이라는 인물도 낯설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가 부평에서 옷장사를 하는 실제 자영업자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을까. 더스쿠프(The SCOOP)는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인태연(55) 자영업비서관과 인터뷰를 했다. 그의 철학은 간단명료하다. ‘공존ㆍ공생’이다. 대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모두 잘 살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자는 거다. 

골목상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이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으로 선임됐다.[사진=천막사진관]
골목상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이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으로 선임됐다.[사진=천막사진관]

‘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 조직은 흥미롭다. 총 6명의 비서관을 새로 뽑았는데, 생소한 이름의 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자리수석실 소속 ‘자영업비서관’이다.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비서관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유와 명분이 뚜렷하다. 7월 23일 자영업비서관 신설을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자. 

“자영업자 규모는 600만명에 가깝고, 무급 가족 종사자 120여만명을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의 25%에 달한다. 하지만 중층과 하층 자영업자의 소득은 임금 노동자보다 못한 실정이다. 자영업을 기업과 노동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정책 영역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의 소통창구이자 정보의 통로다. 청와대 의사결정의 초안을 가다듬기도 한다. 자영업비서관의 신설에 “청와대가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에 힘을 더 싣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이유다. 

‘대통령-자영업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막중한 임무인 만큼 초대 자영업비서관의 하마평은 큰 이슈였다. 낙점을 받은 이는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이다. 업계에선 ‘현장형 비서관’이란 평가가 나왔다. 인 비서관이 부평역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인 비서관이 ‘그냥 자영업자’는 아니다. 그는 그간 자영업자들의 권익을 키우는데 앞장서왔다. 인 비서관은 2015년 더스쿠프(The SCOOP)와의 인터뷰에서 상인 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골목상권이 생기를 잃은 게 2005년 무렵이었을 거다. 당시만 해도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게 어색하던 시대였다.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서로 뭉치는 것도 힘들었다. 물론 당시에도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단체는 있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 냈다. 그래서 2010년 전국유통상인연합회란 단체를 만들었다.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함이었다.”

인 비서관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물을 때마다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간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낼 일이 없다보니 제도와 법이 대기업 위주로 짜여 졌다는 거다. 인 비서관이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건 그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 법제화(전통시장 반경 1㎞ 안에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성과를 내는 현장엔 인 비서관이 있었다. 서울시 중소상인 명예부시장으로 임명돼 공무원들과 함께 6개월간 정책을 입안한 경험도 있다.

올해 5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도 인태연 비서관의 공이 컸다. 꾸준히 적합업종 법제화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목소리 어디에도 없었다”

인 비서관은 지난해 7월 더스쿠프가 주최한 적합업종 좌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적합업종은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제도가 아니다. 몸집 작은 상인이 하고 있는 업종이니 대기업이 마음대로 들어와서 판을 깨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하는 거다. 그런데 이 간단한 논리에도 수많은 갈등이 발생했다. ‘무용론’ ‘폐지론’ 등 숱한 선입견과 싸웠다. 이는 제도를 만들 때 충분한 토론이 없었던 까닭이다. 법제화를 할 땐 부디 정부와 국회가 자영업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길 바란다.”

일부에서는 “인 비서관이 정부 기조와 상반되는 요구를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가 친親정부 인사라는 거다. 근거는 인 비서관이 ‘대기업 규제론자’라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소 인 비서관은 아웃렛, 복합쇼핑몰 등 유통업계 신사업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인사”라면서 “인 비서관의 선임이 유통기업 규제 강화로 이어질까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인 비서관이 평소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공생’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우려는 기우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7월 더스쿠프 좌담회에서 비슷한 말을 입에 담았다. “대기업과 자영업자가 함께 잘 살아야 한다. 평소 대기업에 성토를 했던 건 대기업이 신산업이나 연구ㆍ개발(R&D)이 필요한 첨단 분야보다 골목상권에나 진출해 손쉬운 돈벌이에 나선 것 때문이다. 대기업은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를 무대로 나서야 하는데, 기껏 골목상권에나 진출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다.”

우려는 또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이 ‘모라토리움’까지 선언했는데, 인 비서관은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자영업자들이 벌이고 있는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은 형사처벌까지도 감수할 정도로 절박하다”면서 “그런데 신임 자영업비서관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해결된다고 본다는 식의 한가로운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 인 비서관은 청와대 입성 전 더스쿠프에 보낸 ‘우린 최저임금 걸림돌이 아니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당시 김 부총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만나 격려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대기업 CEO의 얘기만 귀담아들을 게 아니라 중소상인들의 절박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자영업자가 걱정된다면, 시급한 일이 훨씬 많다. ‘대기업 독과점’ ‘가맹점 갑질’ ‘불공평한 카드수수료’ 등을 정비하는 일이다.”

“대기업과 자영업자 공생해야” 

인 비서관은 지금 가시밭길 앞에 서있다. 무엇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을 품고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최초 자영업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는 비서관으로 선임된 뒤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없다. 자영업자들의 열악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게끔 열심히 뛰다 보면, 조금 정리가 될 것 같다. 그때쯤 만나자.” 그는 어떤 성적표를 들고 다시 나타날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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