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규명 없는 BMW 리콜

BMW가 화재사고가 발생한 모델을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했다. 하지만 리콜 이후에도 화재사고는 지속되고 있다.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불길이 솟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않으면 곪은 상처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BMW 사태의 솔루션을 찾아봤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가 제언했다. 

BMW가 리콜을 실시했다. 하지만 원인 규명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사진=뉴시스]
BMW가 리콜을 실시했다. 하지만 원인 규명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사진=뉴시스]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사고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연일 폭염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재사고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만명이 넘는 BMW 차량 소유주들이 불안에 떨면서 차를 몰고 있는 이유다.

화재사고가 지속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BMW는 문제의 차량들을 리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로써 사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긴 힘들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리콜은 곪아터진 상처 부위를 치료하지 않고 덮어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콜을 실시한 이후에도 화재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더위가 식고, 화재사고가 잦아들면 이번 사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이번 사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원인 규명인 이유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지목되는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다. EGR은 디젤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부착하는 부품으로, BMW도 이 부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이 부품이 말썽을 일으켰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일부에선 한국에만 공급되는 부품이 불량이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에 공급되는 차량에도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것과 동일한 제품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또한, EGR을 이루고 있는 밸브와 쿨러 등은 각각 다른 회사에서 만들기 때문에 부품이 불량일 가능성은 낮다. 부품 교체만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리콜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한 건 부품과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달리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같은 모델인데 국내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도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따로 조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먼저 살펴봐야 할 건 여유 설계에 변수가 없느냐는 점이다. 자동차의 각 부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각각의 시스템이 과부하를 일으키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하는 게 여유 설계다. 국가마다 환경과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추려면 여유 설계도 달리 해야 한다. 특히 화재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520d 모델은 다른 모델과 달리 엔진이 무거워 임계점이 더욱 낮았을 게 분명하다. 폭염의 날씨에서 여유 설계를 충분하게 적용하지 않았다면 엔진온도 1~2도의 차이로 화재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EGR 소프트웨어도 검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EGR이 과열돼 화재가 발생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BMW가 국내 기준에 맞춰 EGR 소프트웨어를 손봤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리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EGR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검토하는 게 원인 파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이를 위해선 환경부와 함께 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EGR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환경부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BMW코리아만이 아닌 독일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BMW 본사에 검증을 요구하는 게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우리 정부와 BMW코리아도 확실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리콜을 실시해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걸 막기를 바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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