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下

씀씀이를 줄이고 줄여도 부족한 게 돈이다. 여기에 임신과 출산 등이 겹치면 가계재무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소득이 많지 않다면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땐 투자상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저축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투자이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변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14편 마지막 이야기다.

재무설계에 나설 때는 가계의 지출 항목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에 나설 때는 가계의 지출 항목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5년 만에 자녀 계획을 세운 변승철(가명·32)씨와 오명순(가명·34)씨 부부는 돈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월 460만원(남편 250만원·아내 210만원)을 벌지만 잉여자금이 0원이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2차례의 재무상담을 통해 지출 다이어트에 돌입했고 통신·인터넷비(7만원), 보장성 보험료(23만원), 식비(60만원), 용돈(20만원), 카드 할부금(25만원) 등을 줄이거나 수정해 월 잉여자금을 135만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돈을 활용해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 외벌이로 줄어들 소득에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준비하면 가계 재정이 악화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럼 변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하나씩 살펴보자. 
재무솔루션을 세우기 전에 적금으로 모은 은행예금 1000만원의 사용처를 결정했다. 부부는 이 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재테크에 나설 계획이었다. 구체적인 투자처는 정하지 않았지만 월급만으로는 가계 재무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게 부부의 판단이었다.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부부는 현재 살고 있는 빌라의 전세금을 장만하면서 1억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가계보다는 이자 부담이 덜하겠지만 부채는 부채다. 최근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필자는 은행예금 1000만원으로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라고 조언했고, 부부는 동의했다. 대출이자가 현재의 연 2.6%로 유지될 경우 원금상환으로 월 21만원이었던 이자 상환액은 19만원(9000만원X2.6%)으로 2만원 줄어든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원금 상환을 통해 매월 부담해야 하는 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상담을 하다 보면 “빚이 1000만원 있으나 1100만원 있으나 별 차이 없지 않은가”라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빚을 갚는 건 어려워도 빚을 지는 건 쉽다. 빚을 지는 것도 습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필자가 재무설계를 하면서 부채의 종류를 분석하고 부채의 유형을 나눠 상환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부의 첫번째 재무솔루션은 노후준비다. 노후를 우선적으로 준비하는 이유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비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소득도 많지 않아 노후를 빨리 준비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와 교육에 신경을 쓰다 보면 노후준비가 소홀해질 수 있다. 

문제는 부부의 순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부채를 상환하면서 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따라 부부는 가계 재무상황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노후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부부는 투자형 연금인 변액연금에 월 2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출산 이후 아내가 복직하면 납입 금액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변액연금은 투자형 상품인 만큼 수익률에 따라 수령액이 변할 수 있다는 건 유의해야 한다. 부부는 장시간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부부는 외벌이에 대비해 적립식펀드(월 25만원)에 가입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이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라’고 조언하면 ‘저축이 낫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산을 늘리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저축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이 부족하다면 저축은 해답이 되기 어렵다.

이럴 경우엔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려야 하는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분산투자를 해야 하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 적립식펀드다. 펀드는 부부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배당주 펀드로 선택했다. 배당주는 가장 일반적인 우량주이다. 은행의 2~3배 되는 적당한 수익을 얻으면서도 위험이 크지 않아 투자 성공률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저축으로만 자산을 늘리기 어려울 땐 투자상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사진=더스쿠프포토]
저축으로만 자산을 늘리기 어려울 땐 투자상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사진=더스쿠프포토]

10만원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넣기로 했다. 자산이 적은 부부는 신혼희망타운 등의 정부 주택정책을 활용해 내집 마련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 신혼희망타운 입주 조건은 무주택자이면서 결혼 7년차 이내이거나 1년 이내 혼인신고 예정인 예비부부다. 결혼 5년차에 접어든 부부에게도 기회는 있다는 얘기다. 다른 정부 임대주택을 노리기 위해서도 주택청약저축은 필수다.

잉여자금 135만원 중 노후준비(20만원)와 적립식펀드(25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10만원) 등을 제외한 80만원은 임산과 출산에 필요한 자금을 만드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부부는 1~2년 내에 아이를 갖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아내가 아직 임신을 하지 않았다. 최소한 1년 이상 직장을 다닐 수 있다. 부부는 90만원 중 50만원을 아내의 소득단절에 대비한 비상금통장(저축은행 적금)에 넣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일정기간은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기로 했다.

남은 30만원은 임산과 출산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부부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하기로 했다. CMA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해 단기투자자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는 3%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나오고 있어 일반은행 예금보다 훨씬 유리하다.

부부는 기존에 가입해 있던 재형저축(20만원), 대출 상환용 적금(30만원), 연금저축보험(15만원) 등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은행 금리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데다 비과세(이자소득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형저축은 만기까지 유지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출상환용 적금도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연금저축보험도 납입기간에 절세혜택(세액공제)을 노릴 수 있다.

부부는 지출 항목을 점검해 잉여자금을 135만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고, 그 자금을 활용해 부부가 목표한 자녀계획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재무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출항목을 점검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지출 항목을 꼼꼼하게 따져야 알게 모르게 새는 돈을 줄이고 여유자금을 늘릴 수 있어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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