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인하효과 18년치 분석해보니…

소비의 불씨를 바짝 댕겨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가 여지 없이 꺼내드는 카드가 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책이다. 값비싼 자동차의 소비세를 낮추면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그렇다면 자동차 개소세 인하책을 썼을 때 실제로 소비가 진작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00년 이후 총 5차례에 걸친 개소세 인하책의 효과를 분석해 봤다. 결론은 “별 효과 없었다”이다. 
 

정부는 철만 되면 소비 진작을 위해 개소세 인하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실상 큰 효과는 없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철만 되면 소비 진작을 위해 개소세 인하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실상 큰 효과는 없었다.[사진=뉴시스]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는 정부가 철만 되면 꺼내는 단골 카드다. 개소세의 목적이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는 것인 만큼 세율을 낮추면 꽉 닫힌 지갑이 열릴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이런 맥락에서 개소세를 인하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품목은 자동차다. 사행성 조장의 우려가 없으면서도 소비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00년대 들어서만 3~4년에 한번꼴로 자동차 개소세를 인하했다. 2001년 11월부터 2002년 8월까지 10개월간 개소세를 낮춘 이후 2004년 4월~2005년 12월, 2008년 12월~2009년 6월, 2012년 9~12월, 2015년 8월~2016년 6월 등 16년간 총 5차례나 같은 방식의 소비진작책을 폈다.

이번 정부도 3년여 만에 자동차 개소세 인하정책을 꺼냈다. 기획재정부는 7월 18일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승용차에 붙는 5.0%의 개소세를 오는 12월 31일까지 3.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자동차 개소세를 인하하면 정말 소비가 늘까. 이를 통해 내수 활성화는 물론 중소협력업체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교과서적인 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소비세를 낮춘 이후 소비가 증가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역대 정부의 자동차 개소세 인하정책과 국산 승용차 판매량(내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개소세 인하는 소비 증가로 곧장 이어지지 않았다. 

 

먼저 지난 정부가 개소세를 인하했던 2004년 4월~2005년 12월 내수 승용차 판매량을 살펴보자.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시장에선 총 156만6740대의 승용차가 팔렸다. 월평균 7만4606대가 팔렸다는 건데, 이 직전까지 월평균 10만1537대(2013년 1월~2014년 3월)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되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참고 : 2000년대 가장 처음 개소세를 낮췄던 때인 2001년 11월~2002년 8월은 월별 판매량 자료가 불분명하다.]

2008년 12월 시행했던 개소세 인하 정책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09년 6월까지 7개월간의 내수 승용차 판매량은 59만1180대. 전년 동기(2017년 12월~2008년 6월) 판매량인 61만889대보다 3.3% 떨어졌다.

소비진작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2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개소세를 인하했을 땐 총 42만3882대가 팔렸는데, 2011년 같은 기간 팔린 대수(40만2464대)보다 5.3% 많았다. 가장 최근인 2015년 8월~2016년 6월에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이때 내수 승용차 판매성적은 전년 동기(2014년 8월~2015년 6월ㆍ111만4490대)보다 13.1% 늘어난 126만369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개소세 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를 장기적으로 분석했을 땐 기대치를 밑돈 게 사실이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개소세 인하 정책이 시행됐던 연도(2001ㆍ2002ㆍ2004ㆍ2005ㆍ2008ㆍ2009ㆍ2012ㆍ2015ㆍ2016년)의 판매량은 연평균 111만5726대, 그렇지 않은 때(2000ㆍ2003ㆍ2006ㆍ2007ㆍ2010ㆍ2011ㆍ2013ㆍ2014ㆍ2017년)는 연평균 111만7612대였다. 개소세 인하책을 쓰지 않았을 때의 내수 승용차 판매량이 되레 많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개소세 인하가 없는 수요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획에 있는 수요가 앞당겨지거나 밀리는 것뿐이지 개소세 인하로 소비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개소세 인하책이 끝난 이후 되레 소비 절벽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역대 정부는 소비의 불씨를 급하게 댕겨야 할 때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살짝 반등으로 ‘착시효과’만 줬을 뿐이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고준영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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