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 Made In Korea 선언의 과제

중소기업과 농어민들의 판로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로 2015년 출범한 공영홈쇼핑이 개국 3년 만에 또 한번 큰 결심을 했다. 100%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공장 해외 이전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걸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를 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해외 OEM 중소기업의 판로를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공영홈쇼핑의 결단, 거기에 뒤따르는 숙제는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공영홈쇼핑 Made In Korea 선언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상품을 구성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상품을 구성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국내 생산제품만 판매하겠다.” 공영홈쇼핑이 개국 3주년을 맞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시대를 선언했다.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의 신규 입점을 중단하고, 국내에서 생산ㆍ제조한 제품만을 판매하겠다는 거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판매하고 있는 OEM 제품은 재고를 소진한 후 중단할 예정”이라면서 “기존 해외 OEM 기업이 국내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결제대금을 선지급하거나 수수료를 우대해주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정책은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취임하며 급물살을 탔다. 최 대표는 1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3주년 기념식에서 “공익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우수한 유통채널을 보유한 공영홈쇼핑이 일자리 확산과 혁신 성장을 이끄는 중심축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선언을 했다. 

“공장 해외 이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국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국내 생산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공영홈쇼핑의 취지는 그럴듯해 보인다. 공영홈쇼핑이 지난 2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많은 해외 OEM 제품이 판로를 잃는다.

 

공영홈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 상품 중 해외 OEM 제품은 30.8%였다. 1742개 제품 중 국내 생산 제품이 1206개, 해외 OEM은 536개였다. 이는 공영홈쇼핑이 개국한 2015년부터 최근까지의 방송 제품을 봐도 비슷하다.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총 3672개 판매제품 중 27.1%에 해당하는 994개 제품이 해외 OEM이다.

“성급한 결정” vs “꾸준히 검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바른미래당ㆍ비례대표) 의원은 “인건비 문제로 베트남이나 중국 등에서 OEM으로 생산한 제품의 경우 사실상 퇴출 위기에 놓였다”면서 “약 30%에 달하는 OEM 납품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공영홈쇼핑 측은 “지난 3월 업체 간담회를 가졌고, 4월에는 협력사들에 정책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면서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5년 공영홈쇼핑이 출범한 이후 끊임없이 받아온 지적 중 하나가 ‘우리 중소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공영홈쇼핑인데 왜 외국생산 제품을 판매하느냐’는 것이었다. 올해 들어 그런 지적을 본격적으로 검토했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공영홈쇼핑이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사진=공영홈쇼핑 제공]
공영홈쇼핑이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사진=공영홈쇼핑 제공]

우려는 또 있다. 해외 OEM이 아닌 국내 생산을 할 경우 생산 원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선언이 자칫 소비자에게 부메랑을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영홈쇼핑 측은 “메이드 인 코리아만이 갖는 메리트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다른 말을 입에 담았다. 

“중소기업과 공영홈쇼핑의 경영 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작은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분업을 하는 시대인데, 해외 OEM 자체가 안 된다고 하는 건 지나친 제약이다. 그렇게 되면 공영홈쇼핑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영업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가격경쟁력 저하 우려

2015년 개국한 공영홈쇼핑은 줄곧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약 200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지난해 45억대까지 줄어 해마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적자 부담이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생산제품으로만 한정하면 공영홈쇼핑이 내세우던 가격경쟁력은 물론이고 제품을 구성하는 데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또 하나, 공영폼쇼핑은  메이드 인 코리아 선언과 함께 “최저수준의 수수료 혜택을 중소기업ㆍ소상공인과 농어민에게 환원하겠다”며 기존의 23%(업계 평균 31.5%)인 수수료율을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당연히 수익성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공영홈쇼핑의 ‘메이드 인 코리아 시대’ 선언 이후 여러 우려와 함께 ‘갑질’ 비판까지 제기됐다. 그러자 관계부처 장관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회사 문을 닫고 싶지만,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싶지만 직원들 생각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많이 만난다. 힘들게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공영홈쇼핑에서 판매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과연 갑질이냐.”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도 귓등으로 흘려선 안 된다. “우리 고유의 중소기업을 보유한다거나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에 동기를 부여한다는 좋은 취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게 문제라면 문제다. 취지가 좋다고 모든 정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수장과 개국 3주년을 맞은 공영홈쇼핑에 커다란 숙제가 안겨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