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특약(20) 왕따 막는 AI

즐겁기만 할 것 같은 요즘의 학교생활은 만만치 않다. 주변에 밉보이면 육체적ㆍ정신적 괴롭힘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들은 학교에 갈 마음이 사라질 게 뻔하다. 학교 내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이 있지만, 선뜻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자칫 문제가 커져 학교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은 이 문제를 인공지능 로봇으로 해결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IBM이 왕따 막는 AI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학교 내 따돌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 내 따돌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친구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야 할 학교생활. 하지만 모두가 즐거운 건 아니다. 학교 내 폭력과 따돌림 등으로 인해 청소년기에 큰 상처를 입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최근엔 온라인 메신저나 SNS를 이용한 ‘사이버 따돌림’이 갈수록 확산 중이다.

끊이지 않는 따돌림 문제를 두고 정부와 학교는 여러 정책을 쏟아냈다. 학교 내 전문 상담교사를 늘리거나, 지역사회나 교육부와의 협조를 통해 피해학생을 위한 학교 안전망을 구축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정책들이 따돌림 문제를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몰아내진 못했다.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이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솔루션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스타트업 ‘왓섬앱(WatsomApp)’의 솔루션은 엉뚱하게도 인공지능(AI)이다. 이 회사가 AI를 통해 학교 내 따돌림 문제를 줄인 과정을 살펴보자.

학교 내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빨리 알아채는 것’이다. 늦게 알아차릴수록 사태가 심각해질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져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피해 학생은 학교 내 교우관계가 더 복잡해지는 걸 우려해 제대로 신고도 못하는 데다, 가해자 측은 ‘아이들이 한때 장난치고 놀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라며 축소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왓섬앱은 이 점에 주목했다. 스페인 학교에서도 한 학생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데 평균 9개월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왓섬앱은 선생들이 따돌림 사건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AI 기반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바로 ‘우정 게임(The Friendship Game)’이다.

 

8~1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IBM 클라우드를 활용해 만든 이 온라인 게임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한 반의 모든 아이들이 먼저 게임 내 자신의 아바타를 설정하면, 게임 속에서 여러 질문을 받게 된다. 대답을 계속 하다보면 본인과 가장 친한 친구의 아바타를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친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 학급 내에서 누가 가장 영향력이 있는지 등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들은 게임을 플레이한 후에 IBM 왓슨 기반으로 개발된 AI 로봇과 30분가량 대화를 나눈다. 어린 아이 키와 비슷하게 제작된 로봇인 ‘스노우’와 그보다 작은 크기의 로봇 ‘큐보원’이다. 이 두 로봇엔 신통한 AI 기술이 담겼다.

자연어를 듣고 텍스트 내용, 개념, 핵심 키워드 등을 분석하는 ‘왓슨 내추럴 랭귀지 언더스탠딩’, 질문 의도를 이해해 정보를 의도에 맞게 분류하고 관련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왓슨 내추럴 랭귀지 클래시파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환하고 반대로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왓슨 스피치 투 텍스트’와 ‘왓슨 텍스트 투 스피치’, 그리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왓슨 어시스턴트’를 통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로봇과 대화를 나누면, 스노우와 큐보원은 이 자료들을 토대로 비밀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엔 잠재적 따돌림 상황이나 실제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다. 열람권은 담당 선생님과 교내 심리상담사에게만 부여했다.

솔루션의 성과는 대단했다. 총 40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테스트를 거쳤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친구나 선생님보다 AI 로봇에게 자신의 문제를 더욱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솔루션을 통해 실제 따돌림 문제의 40%가 해결됐다. 제마 구띠에레스 왓섬앱 컨설턴트는 “우리는 왓슨의 AI 기술을 활용해 따돌림을 일찍 파악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학습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IBM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세계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돕기 위한 AI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따 해결한 AI

현재도 약 3000명의 스페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왓섬앱은 앞으로도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AI와 대화할 수 있게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다. 또한 전세계 더 많은 학교에 이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아이가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 필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다가 아니다. 학교 내 따돌림을 받으면서 상처 입은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고, 그 중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불리는 AI도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마지혜 한국IBM 소셜 담당자 blog.naver.com/ibm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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