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연체율 빨간불

“가계부채가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강조한 말이다. 정부의 입장도 비슷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대출 규제 효과로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고, 제1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이 꺾였다는 거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차주借主의 연체율은 증가하고 있다. 빌린 돈을 갚는 것도 이젠 ‘양극화’라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2금융권 연체율 리스크를 취재했다.  

최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468조원으로 지난해 4분기 1450조8000억원 대비 17조2000억원(1.2%)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증가세는 꺾였다. 금감원이 발표한 ‘2018년 7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7월 가계대출은 5조5000억원 증가해 전년 동월(9조5000억원) 대비 4조원 감소했다. 올 1~7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39조1000억원으로 2016년(1~7월) 60조4000억원, 지난해(1~7월) 49조6000억원 대비 각각 21조3000억원, 10조5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9.2%를 기록하며 9분기 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졌던 가계대출 증가율도 올 1분기 7.8%로 더 낮아졌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화하고 있다“며 “신용대출은 고신용자를 위주로 확대되고 있고 연체율이 낮아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처럼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말 신용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0.49%)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시계를 길게 봐도 하락세는 뚜렷하다. 2014년 0.87%였던 6월 신용대출 연체율은 2015년(0.61%), 2016년(0.48%), 2017년(0.41%)로 떨어졌다.

문제는 대출규제 탓에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차주들의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4.36%였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 3월 4.81%로 0.3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은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지난해 6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2017년 3월 5.24%→6월 4.34%→9월 4.49%→12월 4.46%).

지난해 3월 7.8%에서 6월 6.2%로 떨어졌던 저축은행 신용대출 연체율도 올 1분기 6.7%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 결과, 자산건전성도 악화됐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 3월말 기준 5.27%로 지난해 말 5.11% 대비 0.16%포인트 증가했다. 돈을 빌리고 갚는 것도 이젠 양극화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이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체율 상승 가계부채 뇌관 될 수도

문종진 명지대(경영학) 교수 “제2금융권의 높은 연체율이 카드·보험·은행 등으로 전이되면 한국경제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취약차주의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체율 상승이 금리인상과 겹치면 갈 길이 바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가 증가할수록 내수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불안한 상황에서 내수침체는 치명타다. 대출 연체율 양극화가 위험한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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