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그럼에도 국민연금
[윤영걸의 有口有言] 그럼에도 국민연금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302
  • 승인 2018.08.20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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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생존전략
국민연금을 불신해서 불입을 안 하겠다고 손을 놓으면 안 된다. 국민연금은 최후의 노후보장 수단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을 불신해서 불입을 안 하겠다고 손을 놓으면 안 된다. 국민연금은 최후의 노후보장 수단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만 60세인 A씨.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후 꼬박 30년간 불입해왔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 들어가 자신의 국민연금을 확인해 봤다. 그동안 적립된 돈은 8226만원인데, 2년 후인 2020년부터 매월 155만원을 받는단다. 20년 가까이 월 10만원 안팎을 불입한 아내(전업주부)는 3년 후부터 월 50만원을 받는다. 퇴직 후 노후설계에 불안해하던 그는 부부가 합쳐서 월 200만원 국민연금을 받으면 최소한 기초생활은 보장된 것 아니냐며 뿌듯해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갈 시점이 기존 20 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지고, 많이 넣고 적게 받는 방향으로 개편한다니 화가 날 만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개인의 노후 대비용 재테크는 별개다. 은행에 1억원을 넣어도 이자가 월 10만원에 못 미치는 저금리 시대에 국민연금만한 효자상품이 없다. 민간보험사에 즉시연금 1억원(종신형)을 불입하면 받는 돈이 월 3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에 쪼들려 국민연금을 낼 형편이 안 된다고? 소득이 낮을수록 국민연금에 들어야 한다. 국민연금에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5대5로 강하게 들어 있어 저소득층은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고, 고소득층은 낸 돈보다 다소 많이 받게 설계돼 있다. 이에 비해 민간보험사의 개인연금은 수익비가 ‘1’이 넘는 게 없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몫으로 떼는 사업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연금 고갈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못 준다는 것은 나라경제가 파탄이 났다는 뜻이다.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받은 돈을 바로 나눠주면 된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라도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고,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추가 불입해야 한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님에도 연금에 가입하는 주부 등 임의가입자 수는 2018년 5월 현재 33만9927명으로 5년 만에 두배가량 늘었다.

왜 많은 이들이 “국민연금은 손해다” “국민연금 폐지하라”며 목소리를 높일까. 다름 아닌 정치권에 대한 불신 탓이다. 집권세력은 634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을 마치 주인 없는 돈을 대하듯 한다. 기금을 못마땅한 기업을 손보는 수단으로 삼거나 정부가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쓰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기금에 문외한인 여당 국회의원 출신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내려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가장 중요한 자리인 기금운용본부장을 1년 넘게 비워두고 있다.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에 소문이 무성하다. 야당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을 침소봉대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최고 월 800만원까지 받는 목돈연금인 공무원연금은 손대지 않고, 용돈에 불과한 국민연금을 ‘개악’하려 하니 불신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인인 국민은 철저히 소외된 채, 머슴인 공무원이 상전 행세하는 꼴이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을 통합적으로 조율해 개인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노후생활자금을 보존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촛불집회를 통해서라도 연금제도를 바꾸도록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형편이 어려워 국민연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가입자가 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을 방치하면 결국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

은퇴 이후 30~40년으로 길어진 노후는 일방통행의 외길이자 새롭게 맞아야 할 ‘또 다른 세상’이다. 화는 내되 흥분은 금물이다. 연금은 길고 긴 노후를 지켜줄 버팀목이자 핵우산이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불입을 해야 하고, 일단 시작한 연금은 ‘하늘이 두쪽 나도’ 해약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공무원연금을 마냥 부러워할 것도 아니다. 일반 국민이라도 노후 금전적인 목표를 ‘공무원처럼 연금 받자’로 정하고 미리 미리 착착 준비하면 된다. 그 시작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부족하면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보완하고, 평생 현역으로 뛴다는 자세로 오래 일터에 남아야 한다. 100세 시대에는 생존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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