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의 무서운 덫

▲ 리볼빙 서비스의 폐해가 갈수록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리 강화를 위해 표준약관 제정에 나섰다.

최저결제금액만으로 연체 없이 상환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달콤함에 손쉽게 이용하지만 미뤄둔 미결제액은 순식간에 불어난다. ‘리볼빙’ 서비스 얘기다. 무턱대고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하길 권하는 카드사의 무책임 때문에 폐해가 늘고 있다.

카드사의 적극 추천으로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한 직장인 이경현(가명)씨는 몇 달 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별 생각 없이 매달 원금의 5%만 결제했는데, 연 30%에 육박하는 높은 수수료가 붙어 카드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미리 고지 받지 못한 높은 수수료에 대해 항의했지만 카드사는 묵묵부답이었다.

 
리볼빙은 카드 사용액의 5~10%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상환을 뒤로 미뤘다가 이자를 물고 갚는 제도다. 카드로 물건을 사는 신용판매에 도입됐지만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에 더 많이 이용된다. 이용자가 일시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유용한 제도지만 30%에 육박하는 고금리 탓에 잘못 사용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사용에 따른 책임은 물론 이용자가 져야한다. 그러나 리볼빙 제도를 권하는 카드사의 태도는 문제가 많다. 각 카드사는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자극적인 선전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국민은행의 리볼빙 서비스는 ‘페이플랜’이다. “고객의 자금사정에 따라 결제금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선진금융서비스”라고 소개한다. 우리은행은 ‘新 이-젠 리볼빙 결제 서비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다른 카드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 현대카드·롯데카드·삼성카드는 리볼빙 서비스를 ‘자유결제서비스’라고 홍보하며, 최저 6~8%의 금리로 연체를 피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SC카드는 ‘이지페이’ 농협은 ‘회전결제’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특히 일부 카드사는 고객에게 불리한 기본 약관을 슬그머니 끼워 넣거나 아예 고지를 하지 않아, 본인이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된 사실조차 모른 채 이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카드사들이 리볼빙을 이처럼 적극 권하는 이유는 현금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어서다. 현금서비스를 받은 소비자가 리볼빙 제도를 이용하게 되면 신용등급에 따라 20~30%의 높은 이자를 지불한다. 리볼빙은 서비스 특성상 주로 저신용등급자나 다중 채무자가 많이 이용한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리볼빙을 이용했다가 이자 부담으로 카드 돌려막기를 한 끝에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리볼빙 서비스의 폐해가 늘고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리 강화를 위해 표준약관 제정에 나섰다.

표준 약관이 제정되면 우선 개별약관에 명기하고 있는 리볼빙 서비스의 명칭부터 통일된다. 또 거래조건을 명문화하고 현행 5~10%인 최소결제비율과 합리적인 수수료율도 신용등급별로 차등화해 통일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카드사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리볼빙 서비스 관련 표준약관이 없어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표준약관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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