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소비

장마철에 레인코트를 사고 무더위에 팥빙수를 사먹는 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날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들어 훨씬 커졌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요즘 소비자들은 날씨 탓에 불쾌해진 기분을 회복하기 위해 제품을 구입한다. 날씨 산업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은 날씨 때문에 가라앉은 기분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들은 날씨 때문에 가라앉은 기분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폭염과 열대야가 수일째 지속되는 요즘. 이런 날씨엔 당연히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냉면이 잘 팔린다. 하지만 온도계에 표시되는 온도만 소비자의 소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날씨와 계절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떨어진 낙엽이 길가에 뒹구는 쌀쌀한 가을날이라면 어떨까. 젊은 소비자들은 따뜻한 커피 한잔이나 매콤한 라면이 생각날 거고, 나이가 좀 있다면 막걸리 한잔과 김치전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온도와 습도와 바람의 세기, 미세먼지 농도, 눈비 등 날씨의 다양한 요소가 사람의 정서를 결정하고 나아가 구매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브리티시 리테일 컨소시엄(BRC)에 따르면 날씨는 소비자들의 구매채널과 구매행동, 구매제품과 연관이 있다. 기온이 따뜻하거나 선선한 경우에는 오프라인 매장의 손님 수가 평소보다 많다. 반대로 너무 덥거나 춥거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온라인 매장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다.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에는 냉방이 잘 되고 구경할 게 많은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증가하기도 한다.

날씨는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바깥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에는 사람들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모임이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팔리는 제품의 규모도 커지고 박스째로 팔리는 대형 제품들의 판매도 늘어난다는 게 BRC 연구 결과다. 날씨에 따라 제품을 향한 선호도나 지불 의도가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카일 머레이(Kyle Murray)는 햇빛이 강한 날에는 녹차 구매 지불의도가 37%, 헬스클럽 지불의도가 56%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신체ㆍ정서 상태 좌우하는 날씨

잘 팔리는 제품도 날씨에 좌우된다. 음식료품이나 패션ㆍ가정용품이 특히 날씨와 관련이 깊다. 영국에서는 비 오는 날 가정용품ㆍ소형가구ㆍ의류용품의 온라인 매출이 12%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봄에 기온이 18도가 되는 시점부터는 주스 매출이 20 %, 탄산음료 매출이 22%, 정원용품 매출이 90% 상승한다. 

미국에서는 온도가 영하 12도 이하로 내려가면 수프와 죽 종류, 입술관리 제품 매출이 증가한다. 10월 이전에 눈이 내리는 해에는 크리스마스 관련 제품이 평년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날씨는 왜 소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건 바로 날씨가 소비자들의 신체 및 정서 상태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무더위나 혹한, 바람, 습도 때문에 불편해진 신체적 상태나 가라앉은 기분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쓴다. 

오늘날에는 날씨가 음식이나 패션뿐만 아니라 휴가여행이나 자동차 소비, 심지어 주택구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를 예측하고 날씨 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행태를 정교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