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한국형 레몬법 구멍이 너무 많다
[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한국형 레몬법 구멍이 너무 많다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02
  • 승인 2018.08.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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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외면하는 법 체계

‘BMW 화재’가 이슈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 관련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다행히 내년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법의 효과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자동차 하자가 발생했을 때의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한국형 레몬법은 별다른 성과를 못 낼 공산이 크다.[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시행되는 한국형 레몬법은 별다른 성과를 못 낼 공산이 크다.[사진=연합뉴스]

한국형 레몬법이 2019년 1월 1일 시행된다. 레몬법은 1975년 미국에서 제정된 법이다. 차량이나 전자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소비자가 교환ㆍ환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법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이 법을 벤치마킹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말한다.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순조롭게 교환과 환불이 가능해지는 걸까. 사실 우리나라엔 관련법이 이미 있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2년(4만㎞ 미만) 안에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견돼 수리를 받으면 교환ㆍ환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적용된 적은 없다. 제조사가 “교환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하면 소비자는 이를 반박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국형 레몬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무용론을 주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담당부서인 국토교통부는 후속조치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수많은 자동차 관련 이슈를 ‘레몬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측이 내세울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한국형 레몬법에는 안전장치가 있다. 바로 ‘자동차안전ㆍ하자 심의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법학ㆍ자동차ㆍ소비자보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하자 차량의 교환ㆍ환불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결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가 하자를 인정하지 않아도 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면 소비자는 피해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필자의 시각에선 심의위원회 역시 불안한 안전장치다. 당장 ‘중대 하자’와 ‘일반 하자’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가 논쟁거리로 떠오를 것이다. 예컨대, 소비자 입장에선 ‘엔진 시동 꺼짐 현상’이 중대한 하자일 수 있지만 제조사가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발을 빼면 그만이다.

이 가운데에서 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제조사의 전문 의견을 두고 위원회가 냉철한 반론을 펼치거나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거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자동차 관련 이슈를 다루지만, 제조사의 반론을 뒤집지 못할 때가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한국형 레몬법이 효과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먼저 미국 레몬법이 순조롭게 운영되는 배경을 보자. 미국 법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미국에선 기업이 의도적으로 결함을 숨기거나 소비자를 우롱하면 천문학적인 벌금과 소비자 보상금을 감수해야 한다. 이 규모가 기업의 흥망을 가를 정도다. 제조사 입장에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소비자를 배려하고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기업이 끝까지 책임소재를 미뤄도 벌금 몇푼만 내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법체계상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것도 문제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소비자가 문제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중요 정보는 가해자 기업들이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재판에서 한 번도 소비자가 이기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다르다. 결함이 완벽하게 증명되지 않아도 제조사가 불성실하게 입증에 응하면 벌금을 매긴다. 소비자가 결함을 증명하지 못해도 ‘합리적 추정’만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형 레몬법엔 차량 인도 6개월 이후의 하자는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버젓이 명시돼 있다. 현재로선 한국형 레몬법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이유다. 소비자를 위한 법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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