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논란 스튜어드십 코드

기관투자자의 맏형격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했다. 자금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연금 사회주의, 과도한 경영 간섭 등을 우려한다. 정권 입맛에 따라 깃발만 들고 있는 것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민연금의 또다른 논란거리 스튜어드십 코드를 살펴봤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하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하다.[사진=뉴시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만드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취지는 주인 대신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자도 고객의 돈을 소중히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여부를 자율에 맡기면서 크게 활성화하지 못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지난해 기준 6.9%)에 육박하는 ‘큰손’인 국민연금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주장 제기된 이유다. 논란 끝에 올 7월 30일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했다.

일단 투자업계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가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배당수익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북한 리스크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지배구조 투명성과 낮은 배당성향이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금 사회주의 우려는 걷히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장을 복지부장관이 맡고 있는 만큼 의결권 행사에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9.2%), 현대차(8.1%), 네이버(10.6%) 등 276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으로선 마음만 먹으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선 한가지 궁금한 게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전엔 국민연금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다. 답은 “그렇지 않다”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투자자-국가가간소송(ISD)의 빌미를 제공한 삼성물산 합병의 부당개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논란도 계속됐다.

연금 사회주의 타당성 있나

실제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 반대 비중은 2013년 이후 항상 10%대에서 맴돌았다.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하고도 주주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재벌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2010년 3월 열린 롯데그룹 주주총회에서 계열사 겸직 과다에 해당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당시)의 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했다. 아울러 2012년에는 450억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이사 선임 안건에 중립 결정을 내렸다. 주주가치 훼손 측면에서 반대표를 던져야 했지만 국민연금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을 보면, 올 1분기 눈에 띄게 높아진 국민연금의 의결권 반대 비중(20.5%·2017년 대비 7.7%포인트 상승)은 ‘연금 사회주의’와 별 관계가 없다. 새 정부의 기조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정권이 바뀌고 기조가 달라지면 스튜어드십 코드도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정치와 이해당사자로부터의 독립성 강화가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기업 임원의 선임·해임, 주주제안, 주주총회소집요구 등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제한한 점은 독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의 범위와 내용 등을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결정한 것도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모입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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