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약사 재무설계

대표적인 전문직 중 하나인 약사의 급여는 직장인 평균 급여의 두배에 이른다. 하지만 약사가 되기까지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때론 독毒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보상심리’가 소비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차 약사인 정유진(28ㆍ가명)는 약사공부에 힘을 쏟았던 자신을 위해 지갑을 아낌없이 열어왔다. 그 결과, 씀씀이는 커진 반면 미래에는 대비하지 못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20대 약사의 재무설계 과정을 살펴봤다.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도 습관이 되면 가계에 무리가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도 습관이 되면 가계에 무리가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년차 약사인 정유진(28ㆍ가명)씨의 급여는 월 500만원이다. 약사의 소득 평균치는 밑돌지만 또래 친구보단 훨씬 많이 번는 편이다. 보건복지부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약사의 월평균 급여는 2016년 기준 600만원에 이른다.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급여 279만5000원(2016년)보다 두배 이상 많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혼자 힘으로 약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부터의 인생도 부모님께 기댈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돈을 혼자 벌고 쓰다보니 ‘손’이 커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약사가 되기까지 고생했다’는 일종의 보상심리도 소비를 키웠다. 특히 쇼핑에 쓰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씨는 “아직 미혼이어서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었지만, 이런 생활을 2년 정도 지속하니 슬슬 불안감이 엄습했다”면서 “계획적으로 저축해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2년간 저축해서 모은 돈과 일부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 1억8000만원을 마련했다. 최근 전셋집으로 이사한 정씨의 재무목표는 크게 다섯가지다. 2년 후 전세자금 상승분 4000만원을 모으는 게 첫째 목표다. 둘째는 5년 내에 새 자동차 구입 비용 5000만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 목표는 10년 내 주택구입 자금 1억원 마련이다.

이밖에 65세부터 매달 200만원씩 수령할 수 있는 노후자금 준비, 부모님을 위한 비상자금 1000만원 마련 등의 목표도 갖고 있다. 나름 단기ㆍ장기 재무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있었다. 정씨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정씨의 월 급여는 500만원. 여기엔 연간 상여금 100만원이 포함돼 있다. 소비성지출은 통신비(9만원)ㆍ관리비(8만원)ㆍ용돈(5만원)ㆍ식비(30만원)ㆍ여가생활비(10만원)ㆍ교통비(10만원)ㆍ자동차 유지비(12만원) 등 84만원이었다. 파주시에 거주하는 정씨는 출퇴근을 위해 자동차를 구입했다. 이동거리가 길지 않아서 유류비 부담은 크지 않았다. 매년 나가는 자동차세ㆍ자동차보험료 등은 연간 150만원, 월 평균 12만원으로 평균 수준이었다.

하지만 부모님 용돈ㆍ쇼핑비ㆍ경조사비ㆍ여행경비ㆍ운동비 등에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1000만원에 달했다. 월 평균 83만원으로 소비성 지출의 총합은 167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단순했다. 청약저축(2만원), 연금(25만원), 대출상환(20만원), 보장성보험(26만원) 등 73만원이었다. 총지출은 240만원으로, 잉여자금 260만원은 그대로 통장에 모아두고 있었다.


Q2 문제점

정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급여가 상대적으로 많고, 재무목표가 구체적인 데도 계획성 없이 생활해왔다는 점이었다. 주택마련의 꿈은 있었지만 주택청약저축 외에 별도의 자금마련 계획은 없었다. 결혼과 출산 등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 대비도 미흡했다. 2년 동안 불어난 씀씀이도 고칠 필요가 있었다. 비정기지출의 대부분을 쇼핑에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월 비정기지출액 83만원 중 옷이나 신발을 사는 데 40여만원을 사용했다.

노후 준비에도 소홀했다. 약사의 경우, 일반 직장인과 달리 실제 소득보다 신고 소득이 적게 잡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근속기간이 길어도, 실제 국민연금 수령액은 평균보다 적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매년 공적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감소하고 있어, 공적연금 예상 수령액을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노후계획을 짜야 한다.


Q3 해결점

먼저 통장 나누기를 실시했다. 생활비 통장과 비정기지출 통장으로 나눴다. 소비성지출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비정기지출 규모를 줄여 매달 남는 금액을 비정기지출 통장에 모으기로 했다. 잉여자금 260만원으로 미래에 대비했다. 가장 목돈이 드는 주택마련을 위해 매달 148만원씩 적금에 붓기로 했다. 결혼과 출산 등 중장기적 이벤트에 대비해 수시인출이 가능한 적금상품에 5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트레이닝 목적으로 단기적립식펀드(2만원)에 가입했다. 향후 비정기지출 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달 55만원씩 비정기지출 통장에 모으기로 했다. 잉여자금 5만원은 통장에 두기로 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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