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의 민낯

부촌富村 위주로 신규 점포를 내는 슈퍼마켓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프리미엄 푸드마켓’, 불씨를 댕긴 곳은 유통공룡 롯데다. 롯데쇼핑은 최근 서울 6개 지역에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개점했는데, 4~6호점은 강남 3구에 집중됐다. 오프라인 매출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 ‘객단가가 높은 마켓’을 론칭한 것이다. 부촌에만 들어서는 부자를 위한 마켓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곳을 다녀왔다.

롯데쇼핑이 강남 3구에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오픈했다. 사진은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문정점.[사진=더스쿠프 포토]
롯데쇼핑이 강남 3구에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오픈했다. 사진은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문정점.[사진=더스쿠프 포토]

13일 오후 3시. 강남구 일원역에서 내려 지하도로를 따라 삼성생명 건물 쪽으로 걸었다. 9일 오픈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프리미엄’을 내건 매장답게 입구부터 고급스럽다. 나무판자로 멋을 낸 기둥엔 모형 바나나와 열대식물이 맛깔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밑으로 생채기 하나 없는 과일들이 나무줄기로 짠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다.

일반 매장에선 보기 힘든 상품도 수두룩하다. 직원이 손가락 모양의 퍼니핑거 포도를 잘라 시식대에 올려놓는 모습은 왠지 낯선 느낌을 던진다. 뒤편의 식료품 진열대엔 송로버섯과 캐비어가 첨가된 감자칩이 진열돼 있다. 과일 코너 우측에 있는 ‘쿠킹 스퀘어’에선 수제 등심 돈까스, 바비큐 삼겹살구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생선 코너로 발걸음을 옮기자, 다양한 종류의 활어가 헤엄치는 대형 수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조 안에는 전복·비단 멍게·킹크랩 등의 고가 해산물이 가득했다. 그 옆 축산 코너엔 무항생제 한우, 호주산 와규 등 백화점에서 보던 브랜드 상품이 즐비했다. ‘프리미엄 워터바’도 눈길을 끌었다. 이곳엔 에비앙을 비롯한 해외 생수들로 가득했다. 탄산수까지 합치면 가짓수는 60종에 이른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백화점 고급 식품관의 축소판과 다름없었다.

편의 서비스도 백화점 못지않다. 가령, 해산물을 구매할 때 고객이 원하면 즉석에서 쪄준다. 해산물 손질이 어려운데다 조리 과정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는 게 이유다. 2L짜리 생수나 두루마리 휴지 등 무겁거나 부피가 큰 상품을 직접 카트에 담지 않아도 된다. 상품 그림이 적혀 있는 카드를 챙겨 계산대에 제시하면 계산 후 해당 상품을 가져다준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백화점 식품관을 방불케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백화점 식품관을 방불케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런 판매 방식은 롯데쇼핑의 ‘프리미엄 대중화’ 전략을 철저히 따른 결과다. 백화점에 가지 않고도 누구나 프리미엄 상품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8000개에 이르는 프리미엄 푸드마켓 상품 중 식품관급 상품은 3200여개(40.0%)다. 주로 백화점에 입점하는 상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프리미엄 푸드마켓에서만 살 수 있는 최상위급 상품도 5.0%에 이른다. 같은 SSM인 롯데슈퍼의 고급 신선식품과 그로서리(식료품·잡화 등) 비중은 각각 24.0%, 8.0%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존 SSM과의 차별화에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화려한 매장 속에는 국내 소비시장의 불편한 민낯이 담겨있다. 바로 소비의 양극화다. 이 매장의 주요 타깃은 소득 상위 30.0%의 고소득층이다. 공덕점(마포구)을 제외한 5개 지점(도곡점·서초점·일원점·문정점·잠실점)이 모두 강남권에 자리를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4~6호점은 ‘전통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 상권으로 파고들었다. 강남 3구는 서울 부자의 35.6%가 살고 있는 곳이다(KB금융경영연구소 자료).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부자들을 위한 슈퍼마켓”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푸드마켓의 상품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기에 가격이 만만찮다. 가령, 송로버섯·캐비어를 첨가한 ‘토레스 감자칩(110g 기준)’의 판매가는 무려 7000원이다. 지난 2월 없어서 못 팔았다던 ‘만년설 딸기’는 1팩(15개)당 2만9900원에 판매했다. 딸기 1개당 2000원에 판 셈이다. 가성비가 ‘미덕’인 일반 슈퍼마켓에선 상상하기 힘든 금액이다.

바나나(1송이 4990원)·아오리사과(1개 1990원) 등 일반 신선식품도 소비자들로부터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2~3개월에 한 번꼴로 문정점을 이용한다는 한 소비자는 “근처 워터파크에 자주 놀러오는 편인데 매장에 처음 보는 상품이 많아 종종 들른다”면서도 “식재료 값이 일반 마트보다 비싸 제대로 장을 보긴 어렵고 과자 몇개만 사간다”고 말했다. 롯데 쇼핑 관계자는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완전히 프리미엄화 하려는 건 아니다”면서 “당도가 높거나 유기농으로 재배한 상품 위주로 판매하다 보니 가격대가 다소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싼 가격에도 이 슈퍼마켓은 출점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프리미엄 푸드마켓의 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롯데슈퍼에서 프리미엄 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도곡점·문정점의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31.5%·20.5% 늘어났다.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간단하다.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싸지면서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프리미엄 푸드마켓의 객단가는 롯데슈퍼 대비 75%가량 높은 편”이라면서 “그럼에도 인근 고객들이 몰리면서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소비 패턴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프리미엄 푸드마켓이 지금과 같은 기세로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6월 도곡점을 시작으로 2년새 6호점까지 냈지만 갈수록 마땅한 상권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푸드마켓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철저히 고소득층을 노린 결과”라면서 “강남지역 수준의 구매력을 갖춘 지역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촌 외엔 입점 안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매장 확대는 한동안 강남지역 내에서 이뤄질 확률이 높다. 그 이외의 지역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강남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입점한다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부촌 위주로 신규 점포를 내게 될 것이다.” 앞으로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부자 동네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하다하다 국내 슈퍼마켓까지 ‘양극화’되고 있다. 불을 지핀 곳은 대기업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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