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챗봇 서비스

유통ㆍ금융업계의 챗봇(chatbot) 도입이 활발하다. 대화형 로봇인 챗봇은 24시간 소비자 응대가 가능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해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기업들이 챗봇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최근에는 챗봇에 ‘페르소나’를 입히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딱딱하고 차가운 챗봇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AI 챗봇과의 삶, 이젠 현실이 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진화하는 챗봇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챗봇을 적용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챗봇을 적용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앱의 시대는 저문다. 사람과 컴퓨터의 모든 상호작용에 인공지능(AI)이 관여할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2016년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그는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챗봇(chatbot)’이 컴퓨터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챗봇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제공하는 AI 프로그램이다. 유저가 대화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답을 제공한다. 최근엔 사람의 ‘자연어(일상언어)’를 이해하고 유저의 의도와 문장의 맥락을 파악해 답을 하는 단계까지 업그레이드됐다. ‘딥러닝(deeplearning) 기술’ 덕분에 대화가 축적될수록 더욱 정확한 답을 내놓게 된 셈이다.

챗봇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챗봇은 잠들지 않는다. 사람이 응대하는 서비스센터와 달리 챗봇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챗봇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업으로선 면대면 서비스나 유선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막대한 인건비ㆍ마케팅비ㆍ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챗봇은 방대한 상품 정보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를 유도한다. 기업들이 앞다퉈 챗봇을 도입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IT솔루션 기업 마인드바우저(Mindbowser)의 조사 결과, 기업의 95.0%가 챗봇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 기업은 고객응대(93.0%), 마케팅(61.0%), 상품주문(47.0%) 등에 챗봇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챗봇을 도입할 경우 이커머스ㆍ보험ㆍ의료ㆍ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를 불문하고 챗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한 이유다.

그중 유통업계는 챗봇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누적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제품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IBM 왓슨(Wat son)을 기반으로 한 챗봇 ‘로사’를 선보였다. 로사는 모바일 메신저 내에서 고객과 채팅이나 음성 대화를 나누고, 고객의 구매정보ㆍ행동정보ㆍ관심정보 등을 분석해 적합한 제품을 추천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로사가 응대할 수 있는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검색엔진을 넘어서 개인에게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이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SSG닷컴은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AI를 기반으로 한 챗봇을 통해 24시간 고객응대 시스템을 마련했다. 500여개의 고객 응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고객의 질문에 응답한다. 현재 SSG닷컴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배송ㆍ취소ㆍ환불ㆍ교환 등 8가지 분야다.

챗봇이 고객 응대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챗봇을 활용해 점포 관리에 나선 기업도 있다. GS리테일은 가맹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1월 ‘GS25 챗봇지니’를 도입했다. 지니는 GS25 근무자가 새로 도입된 서비스나 상품에 궁금증이 생겼을 경우,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업무 지원형 서비스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는 금융업계도 챗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까지 금융회사 26곳(은행 6곳ㆍ저축은행 3곳ㆍ보험사 10곳 등)이 챗봇을 도입했고, 2019년 21곳이 챗봇을 도입할 전망이다. 과거 서비스 안내 차원에 그쳤던 금융업계 챗봇은 카드발급ㆍ대출ㆍ보험 계약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챗봇에 인격 입히는 기업들

항공업계와 패스트푸드 업계도 챗봇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카톡, 페북 메신저를 통해 예약 확인ㆍ운항정보ㆍ출도착 확인 등 11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챗봇으로 주문할 수 있는 ‘도미챗’을 출시했다. 도미챗은 회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웹사이트ㆍ앱 등에서 채팅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챗봇 서비스에 뛰어드는 업체가 증가하면서, 챗봇시장도 고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챗봇시장 규모는 7억 달러(2016년ㆍ약 7900억원) 규모다. 연평균 성장률은 35.0%로, 2021년 31억7000만 달러(약 3조5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챗봇이 일반화하기까지 넘어야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챗봇의 신뢰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전체의 55%가 챗봇(AI비서) 이용시 “일상의 정보가 새어나갈까 우려된다”고 답했다. 44%는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틀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챗봇보다는 사람이 직접 응대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풀어야할 숙제다. IT컨설팅 업체 포인트소스(Pointsource)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90%가 “챗봇을 이용할 준비가 됐다”고 답했지만, 54%는 “상담 서비스 직원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사람과 챗봇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챗봇에 ‘페르소나(인격)’을 입히는 업체가 증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카드는 베타 서비스 단계인 챗봇 버디(Buddy)에 두가지 인격을 부여했다. 수다스럽고 친근한 ‘피오나’와 예의와 매너를 중시하는 ‘헨리’다. 이들 캐릭터는 현대카드와 관련한 질문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답변을 내놓는다. 챗봇의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감성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가령, 사용자가 피오나에게 “현대카드 뭐가 좋니”라고 물으면 “우리가 친해질수록 더 많이 알게 될거야. 그러니까 오늘부터 나랑 베프하기”라며 자연스러운 답변을 내놓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낯설고 딱딱할 수 있는 AI 챗봇에 위트를 담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일상적인 대화를 위해 정제된 한국어 표현 세트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출시 초기 6000여개이던 한국어 표현세트는 현재 1만5000여개로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기존 챗봇 서비스인 ‘쏠메이트’에 페르소나를 입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기존 ‘챗봇 페르소나 구축’ 추진 사업 공고를 내고,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챗봇 페르소나ㆍ아이텐티티 정립, 사용자 특성 고려한 답변 개발, 페르소나 관련 이모티콘ㆍ액티콘 형상화 등을 위해서다. 이른바 ‘봇격’을 갖추며 진화하는 챗봇은 이제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AI와의 삶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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