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법

개개인의 '자기 역사'가 없었더라면 '세계 역사' 또한 없었을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개인의 '자기 역사'가 없었더라면 '세계 역사' 또한 없었을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88서울올림픽 당시 당신은 무슨 일을 했나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일어났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 중 하나는 사회적 이슈나 사건을 떠올려서 연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는 완전히 밀착된 것은 아니어도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일본의 ‘지知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자기가 살아온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의식하면서 개인의 삶을 기록하도록 권장한다. 최근 인기인 ‘자서전 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자는 것이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희로애락을 정리하는 ‘개인사’ 서술을 넘어 개개인이 살아온 ‘시대 역사’를 반영한, 즉 역사적 사건에 눈을 돌려 투영하는 작업을 제안한다. 그는 개인이 살아낸 시대의 역사적 흐름까지 반영해 ‘사회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자서전 쓰기’가 아닌 ‘자기 역사 쓰기’인 것이다.

다카시는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을 통해 ‘개인의 역사가 곧 세계사’라는 믿음을 드러낸다. 그는 모든 인간의 역사는 세계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영웅과 유명 인사들이 세계 역사를 움직인 것은 맞지만 개개인의 사연 많은 ‘자기 역사’가 없었다면, 세계 역사 또한 없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를 ‘세계 기억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소개한다.

“한 인간의 죽음과 함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기억을 잃음과 동시에 그 사람의 기억과 이어져 있던 기억 네트워크의 해당 부분이 빠져나가고 만다. 세계는 만물의 집합체이자 동시대를 구성하는 많은 인간들이 공유하는 장대한 기억의 네트워크다.”

자기 역사를 쓰는 행위는 동시대의 민족사 자체가 될 수 있다. 어떤 민족의 역사라도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민족 구성원이 가진 자기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역사의 큰 움직임을 살피는 것만으로는 역사의 실상을 다 들여다볼 수가 없다.

저자는 미시적인 부분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시대를 구성하고 있던 민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생각까지 포함한 자기 역사의 집합체로서 역사를 다룰 때, 진정한 민족의 역사가 된다는 얘기다.

이 책에는 저자의 글쓰기 노하우도 다수 담겨 있다. 저자는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비결’에서 ‘단락 나누기’를 권한다. 글쓰기가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원활하게 단락 나누기를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런 이들에게 “세계의 역사이기도 한 자기 역사를 주저하지 말고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자기 역사를 쓰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특히 인생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콘티인 ‘자기역사연표’의 경우 릿쿄대학에서 자신의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를 수강했던 사람들의 것을 첨부해 이해도를 높였다. 출신 배경·직업·사회적 경험 등이 담긴 자기역사연표는 개인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어 독자들이 응용하기에도 유용하다.

세 가지 스토리

「루키들이 온다」
김현정 지음 | 라곰 펴냄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내는 건 대기업만의 몫일까. 저자는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든다. 요트를 타다 선박청소 로봇을 개발한 타스미디어, 25살 문과생이 코딩을 직접 배워 만든 교육사업 코드스테이츠 등 그는 낯선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성공을 거머쥔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그는 또 “자신이 아는 것만 하려고 들면 성장할 수 없다”면서 전문가들과 협업해 성공한 사례들도 다룬다.

「엄마 꽃밭은 내가 가꿀게요」
박경이 지음 | 어른의시간


한국의 여성은 ‘역할’을 수행하느라 바쁘다. 나이가 들수록 직장에서의 역할은 물론 며느리·엄마·아내 등 만만찮은 역할들이 추가된다. 국어 교사였던 저자도 교편을 내려놓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제 그는 남이 아닌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체험을 한다. 그 에피소드들을 다룬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정현채 지음 | 비아북 펴냄


의대 교수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과 교수인 저자가 의사의 시선으로 죽음을 책에 담았다. 그가 말하는 죽음은 ‘벽’이 아닌 ‘문’이다. 죽음이 소멸의 과정이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는 현상이란 얘기다. 저자가 “죽음은 실패가 아닌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강조한 이유다. 이 책은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고찰한다. 또 어떻게 해야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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