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 정권별 ‘폭탄돌리기’ 
고용쇼크 정권별 ‘폭탄돌리기’ 
  • 김다린 기자
  • 호수 303
  • 승인 2018.08.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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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15년치 분석해보니…

고용위기의 주범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이 지목됐다. 가뜩이나 힘든데 임금만 올려 부담이 됐다는 거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이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고용 상황이 참담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참여정부 이후 한결같은 골칫거리였다. 역대 정부들은 저마다 묘수를 꺼내고도 해결하지 못했다. 문제는 현 정부가 그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잘못된 길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용률 15년치를 분석해봤다. 정권이 돌려온 ‘고용 폭탄’의 실체가 드러났다. 

최악의 고용 지표가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악의 고용 지표가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용 사정이 참담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각종 지표가 사상 최악 수준을 보이고 있다. 7월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만명 이하인 건 2010년 1월(-1만명) 이후 처음이다.

일시적인 쇼크가 아니다. 증가폭이 6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6개월 이상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9월~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 허리라인으로 꼽히는 40대 취업자 수는 -14만7000명으로 되레 줄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8월(-15만2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고용 참사의 원인으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콕 집었다. 서민들 주머니를 채워 소비를 살리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자는 정책이다. 당장 야권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폐기하라”며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假說에 불과한 이론을 정책근간으로 추진한 탓에 대형참사가 발생했다는 거다.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근거가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거다. 이때 주로 인용되는 통계는 ‘역대 최고치의 자영업자 폐업률 87.9%’다. 가게 10개가 문을 여는 사이, 8.8개는 망했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수많은 미디어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자 폭망의 원인”이라며 등장했다.

 

하지만 이 통계는 시점과 범위가 왜곡됐다. 폐업률 87.9%는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6년도 자료다. 자영업자 전체를 아우르는 것도 아니다. 도ㆍ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 4대 업종의 신규사업자와 폐업사업자를 나눈 값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적용된 이후 폐업률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물론 폐업률이 급격히 낮아질 리 없겠지만, 폐업의 원인은 정확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을 빼고라도 경기 부진, 과당 경쟁, 대기업의 상권침해, 임대료 등 당장 꼽을 수 있는 이유가 숱하다. 무턱대고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거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들은 이런 반박에 다른 통계를 꺼낸다. 자영업자 취업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게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거다. 실제로 자영업 취업자 수는 올해 1분기 2만4000명이 줄고, 2분기엔 300 0명이 감소했다. 이는 최저임금 급격히 인상된 이후 나온 자료다.

최악의 취업자 수 증감률

하지만 이 역시 진실을 교모하게 감춘 통계다.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으로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다면, 당연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가 크게 줄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늘었다. 올해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6만5000명이 늘었고, 올해 2분기엔 5만5000명이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취업자 수가 하락한 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올해 1분기(-8만9000명), 2분기(-5만8000명) 차례로 줄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전체가 망해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든 이유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자. “‘장사가 안돼서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하는 자영업자는 널렸지만, ‘최저임금이 비싸서 못해먹겠다’고 말하는 자영업자는 보기 어렵다. 물론 부작용이 ‘제로’라고 단언할 순 없고, 실제로 고용을 줄이는 자영업자도 있을지 모른다. 

과거 정부도 일자리 참사

하지만 이는 영업비용 중 인건비만 조정 가능한 변수로 보는 나쁜 관행일 뿐이다. 서민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면 나쁠 게 없으니 자영업자 입장에선 인상 당위성이 충분하다. 다만 정부에 요구하는 건 촘촘한 보완책이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득주도 성장 실패론’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근거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다. 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을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5.23배 차이 난다는 의미다. 2분기 기준으로 2008년(5.24)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소득주도 성장을 펼치고도 양극화가 심화됐으니, 참담한 실패라는 거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소득주도 성장의 대척점에 있는 ‘이윤주도 성장’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거다. 이를 위해 되레 임금을 깎고 복지를 축소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최저임금을 둘러싼 과도한 논란에 편승한 주장이다. 악화된 양극화 지표는 소득주도 성장의 강력한 추진 필요성을 제기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소득주도 정책은 제대로 날개를 편적도 없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의 설명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하다. 단순히 실질 임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 사회적 임금을 높이는 일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정책에선 최저임금 인상 외 다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마저도 ‘속도조절론’에 부딪히며 표류 중이다. 정부가 다양한 보완책을 패키지로 동시에 가동하기 전까진, 소득주도 성장론의 성패를 단정 지을 수 없다.”

“이윤주도 성장으로 회귀하면 고용 시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금세 힘을 잃는다. 한국의 고용사정은 현 정부 들어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진 게 아니라서다. 집권기간 고용률 평균을 따져보면 참여정부(59.9%) 이명박 정부(59.3%) 박근혜 정부(60.4%) 등 진보ㆍ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성과가 좋지 않다. 문재인 정부(2017년 3분기~2018년 2분기)의 고용률 평균은 60.8%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나쁜 수치가 아니다. 

역대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다. 참여정부는 ‘저성장 속 양극화 완화’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쏟아냈다. “재임기간 총합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성장을 주도하던 수출 대기업의 취업유발효과가 떨어지고 있던 게 이 무렵이라서다.

이명박 정부는 더 요란했다. “7%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연간 60만개씩, 5년간 총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고용률 70% 달성’을 내걸었다. 특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규제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뽑기’ 정책 등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친親기업 기조를 앞세웠지만 일자리 목표치를 달성한 정부는 한 군데도 없다. 단기실적에 급급하다 모두 실패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거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요약하면 ‘재정 확대’다. 2년간 두차례 추경을 포함해 54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다. 2019년에도 20조원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해 ‘고용 쇼크’를 완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공공ㆍ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지원책도 신규 취업자에 연봉을 더 쥐어 주는 재정 지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실업률 평균(9.6%)이 참여정부(7.9%) 이명박 정부(7.6%) 박근혜 정부(9.0%) 등 역대 정부보다 악화한 건 그래서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별 고용률 통계에서 보듯, 고용위기는 원인을 하나로 좁힐 수 없는 아득히 구조적인 문제다. 먼저 저출산의 여파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줄었다. 기업들의 고용창출능력도 예전같지 않다. 그간 우리나라 고용창출의 큰 줄기였던 자동차ㆍ조선 등은 구조조정을 겪는 데다, 채용능력도 과거와 같지 않다. 기계화ㆍ자동화의 영향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건설 경기도 하락세다.

다를 게 없는 일자리 정책

이는 장시간에 걸친 정책 추진을 통해서만 풀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점에선 양극화, 세계 최장 노동시간,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방향이 엇나갔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서다. 이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지금도 걸려있는 ‘일자리 상황판’에 꼭 적혀있어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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