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투자포인트

아프리카를 방불케 하는 폭염부터 시베리아를 생각나게 하는 한파, 태풍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는 투자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자신이 이번 폭염에 무엇을 했나 떠올려보면 답이 나온다. 폭염과 한파, 태풍에 실내소비가 증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글로벌 정부의 정책들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후변화와 투자포인트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되면서 실내소비가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되면서 실내소비가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직장인 홍우태(가명·37)씨 가족은 4일간의 여름휴가 내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기온이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잠시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 여행을 가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를 켜는 것도 두렵다는 아내의 말에 집밥 대신 배달앱을 이용한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나흘간 집에 있었지만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인터넷쇼핑으로 구입한 실내용 풀장에서 두살배기 딸아이와 ‘베터파크(베란다+워터파크)’를 즐겼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봤던 최신 영화와 드라마를 주문형비디오(VOD)를 구매해 보거나 못했던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휴가를 보냈다.

살이 익어버릴 것 같은 폭염이 휴가 문화를 바꿔 놓고 있다. 더운 날씨에 밖에서 고생하기보다 집에서 휴가를 즐기는 홈캉스(홈+바캉스)족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SK텔레콤이 소셜 분석 서비스를 이용해 인터넷 뉴스, 블로그, SNS 등을 분석한 결과, 홈캉스 언급 빈도는 지난해 157개에서 올해 752개로 4.78배 증가했다. 하지만 바다를 언급한 빈도는 5446개에서 3305개로 39.3%나 감소했다. 이런 결과를 반영한 듯 대표적인 피서지인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올해 피서객의 수는 1846만7737명으로 지난해 2243만7518명 대비 396만9781명(17.7%) 감소했다.

폭염만 생활의 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올 1월 영하 18도를 기록한 것처럼 한파가 몰아치거나, 태풍의 영향을 받을 때도 외부활동을 줄이고 실내소비를 늘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서베리아(서울+시베리아)’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 등의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최고기온(7월 7일)은 48.9도에 달했다. 기후변화는 경제와 투자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변화

실제로 유엔은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으로 2030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2조 달러(약 2241조40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는 위기지만 투자자에겐 기회일 수 있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변화로 수혜가 예상되는 부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국가들의 정책 대응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금융시장의 특정분야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전자상거래, 게임, 간편결제 등이다. 폭염과 한파의 기간이 길어지고 강해질수록 외부활동을 줄일 게 뻔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배달앱의 이용 증가세다. 폭염이 시작된 올해 7월 국내 주요 배달앱 주문 건수는 지난해 대비 50~70% 이상 증가했다. 한파가 몰아친 올 1월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게임 산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으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가 수단이 게임이라서다. 여기에 e스포츠가 2018년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게임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 권리인 탄소배출권 가격의 상승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전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 필요성이 높아질 경우 탄소배출권의 가격도 덩달아 뛸 수 있어서다. 국제탄소거래파트너십(ICAP·international carbon action partnership)에 따르면 주요국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중국 환경규제가 본격화한 2017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1월 5.1달러에서 올해 7월 19.8달러로 상승하며 28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도 1만89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승했다.

LNG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이 화석연료 중 가장 적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적은 LNG가 가교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력생산 에너지원 중 LNG 비중이 2.0%에 불과한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 2017년 6월 ‘천연가스 이용 촉진 계획’을 발표하며 셰일가스 개발과 천연가스 비중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도시가스 보급률을 2015년 42.8%에서 2020년 57.0%까지 높인다는 계획도 LNG 수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석탄 비중을 줄이는 중국의 에너지 정책이 LNG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내소비 증가세 주목해야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도 챙겨야 할 투자 포인트다. 기후변화가 농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고온현상으로 주요 밀 생산국인 아르헨티나·미국·호주·유럽연합(EU) 등에서 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 결과, 1부셸(약 27㎏)당 밀 가격(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은 올해 초 4.33달러에서 지난 6일 5.74달러로 32.5%나 상승했다.

김영일 애널리스트는 “2019년부터 농산물 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 이후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농산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화의 강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4~5년 주기를 갖는 엘니뇨현상까지 발생하면 공급과 수요 모두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국내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폭염과 한파라는 이상기후에서도 투자 포인트는 찾을 수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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