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정제마진 줄었는데 ‘호황’ 누린 까닭
정유사, 정제마진 줄었는데 ‘호황’ 누린 까닭
  • 김정덕 기자
  • 호수 303
  • 승인 2018.08.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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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의 복잡한 실적계산법

국제유가가 오르면 통상 정유업체의 수익은 증가한다. 원유가격과 판매가격의 격차(재고평가이익)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올 2분기 정유4사의 실적이 크게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정유4사의 정제마진이 같은 기간 줄었다는 점이다. 마진이 줄었는데, 수익은 늘었다? 무슨 말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그리고 정유사의 실적을 연동해 분석해봤다.

올해 2분기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이 줄었음에도 좋은 실적을 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2분기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이 줄었음에도 좋은 실적을 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정유4사는 올 2분기 호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석유사업 부문)은 지난해 2분기보다 63.9%, GS칼텍스는 182.6% 증가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각각 242.8% 115.7% 늘어났다. 

국내 정유4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로는 ‘국제유가 오름세’가 꼽힌다. 대개 정유사들이 중동에서 원유를 산 다음 배를 이용해 수입해 오기까지 2~3개월 정도가 걸리고, 그 사이에 원유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재고평가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2분기 국제유가는 정유사들에 시세차익을 톡톡히 안겨줬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올 4월과 5월에 각각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후 그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미국의 원유생산이 늘어 가격이 낮아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5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4사의 실적이 늘어난 덴 또다른 원인도 있다.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이다. 국제유가는 석유화학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가격도 올려놨다. 올해 1분기만 해도 t당 550달러였던 나프타 가격은 4월 초 600달러대를 넘었고, 5월 중순에는 700달러 턱밑까지 급등했다. 이후 가격이 서서히 내렸지만, 620달러 선은 유지됐다.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사업부문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프타 가격의 상승은 분명 호재다. 나프타를 직접 생산하는 정유사들로선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 수익을 내고, 자체 생산하는 석유화학제품의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어서다. 

아쉬운 대목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휘발유ㆍ경유ㆍ나프타 등) 가격에서 비용(원유가격+정제비용+운임비 등)을 뺀 것’인데, 올 2분기 정제마진은 줄곧 하락세였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국내 정유사 정제마진을 유추할 만한 공개지표) 추이를 보면 지난 3월 평균 배럴당 7.4달러였던 복합정제마진은 4월 6.7달러, 5월 5.6달러, 6월 4.8달러로 내렸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가격을 끌어올려 ‘마진폭’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번엔 석유제품 가격을  유가 인상폭 만큼 인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상반기 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이 수요 증가가 아닌 공급 차질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면서 “상반기는 수요 증가에 의한 유가 상승보다는 공급 차질에 의한 유가 상승이었기 때문에 석유제품 판매가격 인상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정유업계 정제마진 부진은 신흥국 수요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석유제품 수요를 견인했던 브라질ㆍ멕시코ㆍ인도ㆍ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유가부담이 현격하게 높아져 수요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정제마진이 변수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볼 때 정유업계 하반기 기상은 맑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변수지만, 이 변수가 동일하거나 비슷하다고 할 때 정제마진만 회복된다면 실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전망도 밝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의 소규모 민간 정유업체(티팟)들의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정제설비 가동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면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부텍사스산원유와 다른 유종간 가격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차익거래 기회요인이 많이 사라지고 있어 미국 정유업체들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면서 “특히 가을철에 정유업계 정기보수가 시작되면 석유제품 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량이 줄어 정제마진이 오를 거라는 얘기다. 

신중론도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 증가에 따라 정제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각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각기 다른 석유화학제품의 판매가격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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