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지출습관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돈 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가계재무 상황을 악화시키는 1등 공신이다. 이럴 땐 불필요한 지출을 파악해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지출다이어트에 나선 명씨 부부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실전재테크 Lab’ 15편 두번째 이야기다.

가계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지출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계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지출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지훈(가명·41)씨와 유정현(가명·33)씨 부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계재정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부부의 월 소득은 430만원(남편 240만원·아내 190만원)이다. 맞벌이로 버는 벌이치고는 많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나가는 돈은 더 많다. 부부는 소비성지출(40 2만원), 비정기지출(50만원), 적금(10만원) 등 월 462만원을 지출했다. 그 결과, 매월 32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적자도 적자지만 저축이나 보험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부부는 적금(10만원)을 제외하면 전혀 돈을 모으고 있지 않다. 그 흔한 실손보험도 없는 상황이다. 손봐야 할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부의 재무상담은 재무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내는 아이의 교육비 마련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하지만 남편은 특별한 목표도 계획도 없었다. 버는 만큼 쓰고 살면 되지 않냐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버는 것보다 더 쓰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말이다.

6월 19일 진행한 2차 상담에서는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부부는 1차 상담 이후 대화를 통해 교육비 마련, 전세대출금 상환, 노후준비라는 세가지 재무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이를 구체화했다. 교육비는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1000만원을 모은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세자금 대출 잔금 4000만원은 10년 내 상환을 목표로 잡았다.

혹자는 비슷비슷한 재무목표를 굳이 세워야 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계획이 나온다. 무엇보다 재무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목표는 필수다. 하지만 허황한 목표를 세우는 건 금물이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좇다간 방향을 잃고 실패하기에 십상이라서다.

명씨 부부는 지출다이어트를 통해 매월 32만원의 적자를 110만원의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제 남은 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만드는 일이다. 부부의 적자는 어디서 어떻게 줄여야 할까. 하나씩 살펴보자. 통신비 21만원이다. 여느 가계와 달리 명씨 가계는 아이보다 부모가 휴대전화 게임에 더 빠져있었다. 게임을 위해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했고 스마트폰도 항상 최신 기종을 사용했다. 그 결과, 아들의 청소년 요금제(월 1만3000원)를 제외한 20만원가량을 부부의 통신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선데이터를 모두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는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사용량을 확인해 요금제를 5만원대로 낮췄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면 데이터 속도가 느려지는 요금제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에서다. 약정이 끝난 인터넷·케이블TV는 가족 결합서비스를 이용하고 기본 서비스만 이용하는 거로 조정해 월 5만원의 요금을 2만원으로 낮췄다. 이렇게 통신비와 인터넷비용을 월 26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낮췄다.


다음은 소비성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비 120만원이다. 부부는 생활비의 90% 이상을 식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부부는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식사 대부분을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면서 야식을 즐기는 날도 많았다. 밥을 하기 귀찮거나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였다. 사실 명씨 가족은 하루에 한끼 정도만 집에서 먹었다. 점심은 회사와 학교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고, 아침은 거르기 일쑤였다. 부부는 식비를 일주일 단위로 계산해 사용하기로 했다.

일주일 식비 지출의 상한은 10만원으로 정해 포켓가계부 안에 식비를 일주일 단위로 분배해 생활하기로 했다. 아낀 돈은 주말 배달음식이나 외식 등 모두 소비해 스스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부부는 120만원에 달했던 식비와 생활비를 월 70만원으로 50만원 낮추기로 했다.

100만원(각 50만원)에 달하는 부부의 용돈도 줄여야 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부부는 휴대전화 게임을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많은 돈을 썼다. 게다가 부부 모두 흡연을 하고 술자리도 즐겼다.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유였지만 스트레스의 원인이 돈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가 스트레스와 가계재정 악화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지출구조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부의 용돈은 과감하게 기존의 절반인 25만원으로 줄였다.

휴대전화 게임을 즐기기보다 산책이나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게 훨씬 낫다고 설득했다. 이번 기회에 금연에 나서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두사람이 담뱃값을 아낀 돈(27만원 : 4500원×30일×2명)만 모아도 부부의 노후준비가 가능해서다. 단번에 지출을 줄이고 담배를 끊는 게 쉽진 않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비정기지출도 점검했다. 부부는 월 40만원(연평균 480만원)을 의류·미용비와 여행·휴가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부부가 성과급과 명절 비용 등으로 받는 250만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었다. 여름휴가, 추석, 설 등 분산돼 나오는 보너스를 허투루 썼다는 것이다. 원인은 역시나 휴대전화 게임과 외식 등 소비성 지출이었다.

부부는 앞으로 250만원의 보너스를 모아뒀다가 여행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의류·미용비도 월 1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가계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 결과, 비정기지출은 월 50만원에서 20만원로 30만원 줄였다.

이렇게 부부는 소비성지출 112만원(통신비 12만원·생활비 50만원·용돈 50만원)과 비정기지출 30만원(의류·미용비 10만원, 여행·휴가비 2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월 32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가계재정은 110만원의 흑자 가계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줄이는 것만큼 이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는 줄인 지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라고 조언했다. 매일매일 수기로 정리하고 일주일 단위는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변동사항을 수시로 확인하라는 취지였다.

지출을 줄이는 건 담배를 끊는 일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줄어든 지출을 활용해 달라질 가계재무 상황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게 해줄 재무솔루션이 무엇인지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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