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유지와 제재

위기에 처했던 진에어가 한숨을 돌렸다. 국토부가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면허를 유지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신규 노선을 개설할 수 없고, 새로운 항공기 등록도 제한된다. 진에어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진에어의 항공 면허는 유지됐지만, 경쟁력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진에어의 항공 면허는 유지됐지만, 경쟁력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면허 취소로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보다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17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올해 4월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등기임원으로 등록했던 사실이 밝혀진 진에어를 두고 법리검토를 벌였다. 항공법상 외국인 임원은 불법이라서다. 하지만 국토부는 반년 가까이 고용불안을 호소하던 진에어 직원 1900명의 고충을 외면하지 않았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부의 면허유지 결정을 존중한다”며 반겼다.

주가도 모처럼 웃었다. 진에어 주가는 17일 전일 대비 6.22% 상승한 2만3050원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진에어의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진에어는 저력이 있다. 이 회사는 제주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자리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실적 흐름도 나쁘지 않다. 올해 상반기 매출 5063억원, 영업이익은 594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렇다고 진에어가 마냥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국토부가 진에어의 신규노선 허가 및 신규 항공기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수평적 노사관계 정립’ ‘사외이사 역할 강화’ ‘사회공헌’ 등 진에어가 약속한 ‘항공법 위반 재발 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의 성과가 확인될 때까지 이 제재를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를 견디기엔 업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선 진에어를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개 LCC가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업계 3위 기반을 다진 티웨이항공의 추격이 매섭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 3662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년 실적(471억원)을 이미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신규 LCC 면허 발급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점은 더 큰 부담이다. 추가로 참전을 선언한 기업만 6곳이 넘는다. 제재의 여파는 벌써 진에어를 덮쳤다. 당장 올해 신규 항공기 6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일찍이 운항 허가를 받은 2대를 제외한 나머지 4대는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들여오기 어려워서다. 진에어의 진짜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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