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vs LG생건의 고민

국내 화장품 시장을 이끄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드 사태로 실적이 고꾸라졌던 아모레퍼시픽은 말 그대로 ‘오랜만에’ 웃었다. LG생활건강은 1분기의 여세를 2분기에도 이어갔다. 하지만 실적 뒤에 가려진 두 회사의 고민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지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화장품 업체 빅2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의 고민을 살펴봤다. 

LG생활건강이 럭셔리 브랜드 ‘후’의 선전에 힘입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사진=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이 럭셔리 브랜드 ‘후’의 선전에 힘입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사진=LG생활건강 제공]

화장품 업계 빅2(아모레퍼시픽ㆍLG생활건강)가 올 2분기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부터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실적이 반등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은 1조55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03억원으로 같은 기간 30.6% 늘었다. 사드 역풍에 한발짝 비켜서 있던 LG생활건강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2분기 매출액은 1조6526억원(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 영업이익은 2673억원(15.1%증가)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속내가 편치만은 않다. 지난해 실적이 크게 고꾸라졌던 아모레퍼시픽은 아직 만회할 게 많다. 2분기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상반기 실적(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1.5%ㆍ영업이익 -11.9%)은 전년 수준을 크게 밑돈다. LG생활건강에 빼앗긴 1위 자리도 되찾아 오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액 6조291억원을 기록해 LG생활건강(6조2705억원)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2014년 이후 3년 만의 일이었다.

두 회사의 실적을 가른 주요 요인은 ‘면세점 구매제한’이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감소한 자리를 따이공代工(중국인 보따리상)이 메웠지만, 아모레퍼시픽은 ‘구매제한’이라는 빗장을 내걸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1인당 10개까지 구매할 수 있었던 설화수ㆍ헤라 등의 구매제한 수량을 5개로 줄였다. 구매제한이 없었던 프리메라ㆍ마몽드 등 브랜드도 최대 10개로 제한했다. 따이공이 현지에서 제품을 할인 판매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면세점 구매제한 득일까 실일까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강화한 구매제한 정책으로 면세점 객단가가 하락했다”면서 “올해 6월 구매제한선을 완화했지만 효과가 즉각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매제한 완화도 한시적인 데 그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면세점 구매제한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론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의 숙제는 또 있다. 에뛰드ㆍ에스쁘아 등 주요 로드숍 브랜드가 영업이익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에뛰드는 61억원, 에스쁘아는 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H&B(Health&Beauty) 스토어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작된 ‘로드숍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자체 브랜드 편집숍 ‘아리따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현재 아리따움 매장은 1300여개다. 이중 강남역 매장을 하반기 중 ‘아리따움 강남 메가숍(가칭)’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기존 로드숍이나 H&B 스토어와는 차별화된 매장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차별화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브랜드와 제품군이 많아, 매장 상품을 구성하는 데 고민이 많을 것이다”면서 “다른 브랜드를 대거 도입하기에는 자치 제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하지 않은 제품군에 한해서 다른 회사 제품을 도입할 것이다”면서 “1호점 이후 출점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문을 여는 강남 메가숍이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원 브랜드’가 이끈 실적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LG생활건강에도 고민은 있다. 호실적의 일등공신 ‘후’가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 후는 2006년 중국에 첫 진출했다. 현재 중국 백화점 199곳에 입점해 있다. 소비여력이 높아지는 중국 고소득 여성층을 겨냥했다. 2016년 단일 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는 7월에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 지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실적이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사진=뉴시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실적이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사진=뉴시스]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 전사의 성장이 ‘후’ 단일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후가 판매되는 채널이 면세점에 편중됐다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분기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추후 따이공의 활동이 위축되면 면세점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한국희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확대하고 있는 만큼, 따이공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 백화점ㆍ온라인 등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후 이외에도 ‘숨’ ‘오휘’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는 생활용품 부문과 음료 부문의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부문별 매출 비중은 화장품 58.0%, 생활용품 20.0%, 음료 22.0%(2018년 2분기 기준) 등이다. 이중 생활용품 부문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2분기에도 감소했다. 매출액은 6.0%, 영업이익은 27.9% 쪼그라들었다. 국내 생활용품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데다, 업체 간 할인 경쟁이 심화한 탓이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부터 품목(SKUㆍStock Keeping Unit)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끼워팔기’ 식의 할인 판매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지난해 4000여개이던 품목 수는 올해 2000여개로 감소할 전망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통 재고를 축소하고, 품목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생활용품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를 이끄는 빅2, 호실적에도 갈 길은 멀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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