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내각 경제팀 성과 내려면…

1기 내각은 정책 집행의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2기 내각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1기 내각은 정책 집행의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2기 내각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30일 5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후보자 검증이 끝나지 않은 부처(환경부 거론) 장관 한자리도 곧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치로 하락한 상황에서 민심을 다독이고 국정 추동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개각의 키워드가 ‘심기일전’과 ‘체감’임을 강조했다.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자는 의미라고 했다. 개각 대상을 보면 정책추진 과정에서 혼선과 논란을 빚은 부처의 장관들로 바꿀 사람을 바꾼 개각이다. 오히려 6ㆍ13 지방선거 직후 했어야 할 일이 늦은 감이 있다.

이제 관건은 2기 내각의 능력 발휘와 실적이다. 심기일전이야 청와대와 내각이 의당 해야 할 일이고, 체감은 국민 몫이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그럴싸하게 꾸민다고, 구호를 크게 외친다고, 진보-보수 등 진영 논리에 기댄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실에 기반한 실질적인 정책추진 성과로 국민에게 파고들어야 평가받을 수 있다. 

지금 일반 국민의 체감 경제지표인 소비심리는 냉랭한 가운데 아파트 투기심리만 뜨겁다. 기업 경영인들의 체감 경기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도 18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북-외교-복지 분야는 잘하는 반면 경제-고용노동-교육-공직자 인사는 잘못하고 있다고 보는 현 정부에 대한 분야별 정책평가와 궤를 같이한다.

경제라인 투톱-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리를 지킨다고 국민이 경제정책의 성과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은 선의의 정책 목표에도 고용쇼크 및 소득격차 확대라는 분배 참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대선 캠프에 참여한 학자 출신과 정치인 출신 산업통상자원ㆍ고용노동부 장관을 경질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민이 그간의 정책추진 효과를 체감하기는커녕 최악의 경제성적표로 나타난 이상 기존 정책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 2기 경제팀에선 시장과 경제주체들이 수용 가능한지 현실을 재점검한 뒤 소득주도 성장 등 주요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는 실사구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정책은 경제ㆍ사회 현실에 바탕을 둬야 탁상공론을 차단하고 효과도 낼 수 있다. 2기 경제팀은 연소득 7000만원 이상 맞벌이 부부에게 전세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가 전세 실수요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하루 만에 뒤집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도 요구된다. 국정이 돌아가는 마당에 장관들은 보이지 않고 청와대만 존재한다. 대통령이 주요 사항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시하며 국무회의를 홀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관 중심의 국정 운영은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보다 경제팀 장관들과 더 자주 만나 묻고 따지고 응원하고 질책하라. 장관이 존재감을 보여야 관료조직이 움직이고 정책 효과도 나타난다. 

경제라인 투톱의 역할과 책임은 더 막중해졌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에게서 직을 걸라는 옐로카드를 받고서도 갈등하고 엇박자를 내선 안 된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눠 합의한 정책으로 시장에 안정된 신호를 보내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째, 성장률과 고용지표 등 경제성적표를 놓고 전 정권 탓을 해선 곤란하다. 2년차로 접어들었으니 내각, 특히 2기 경제팀의 실력으로 성과를 보여주고 평가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행여 통계조사 방법 등을 바꿔 실적을 부풀리는 일은 없기 바란다. 뚜렷한 이유 없이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함으로써 정권 입맛에 맞게 꾸미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통계왜곡 논란을 자초한 터다. 그런 우를 범했다가는 한국 통계의 신뢰도에 먹칠을 함은 물론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1기 내각은 정책 집행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대통령과 청와대 따라가기 바빴다. 2기 내각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장관들 스스로 심기일전해 진영이나 코드를 뛰어넘는 창조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도 달라져야 한다. 내각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며 장관들이 성과로 평가받게 해야 국민의 정책효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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