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현실을 바로잡을 사람은 아마추어들이다!

아마추어는 전문적 권위나 승진에 관계 없이 진정으로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마추어는 전문적 권위나 승진에 관계 없이 진정으로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전문가, 실수가 많은, 초보자, 숙달되지 않은…. 오늘날 ‘아마추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인다. 반면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 일컫는다.

아마추어(amateur)란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에서 유래된 말이다. 아마추어는 전문적 권위나 승진과 관계없이 진정으로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 스스로 좋아하며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소위 전문가로 자칭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후, 아마추어는 상대적으로 얕보이는 단어로 변질됐다.

전문가들은 직업·지식·도시·정치 등 현대인의 삶 전반에 걸쳐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추어의 대척점에 있는 프로 집단으로서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여 자신들이 정한 흐름과 방향을 제시한다. 과연 그들의 지식에 무조건 의지한 채 믿고 따르면 우리 삶이 윤택해지는 걸까.

「아마추어」의 저자 앤디 메리필드는 사회를 지배하는 전문가 정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가 정신은 주로 생계유지 수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창의성과 호기심을 없앤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문가들의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논리, 관리자들의 교활함과 무능함을 지적하며,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존 체제와 사고방식에 이의를 단다.

저자는 “제 밥그릇에만 관심을 두는 지식인, 기관에 빌붙어 양심을 파는 교수, 정권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짜깁기하는 언론인 등 ‘프로’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 이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직업훈련소 같은 대학교,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조직 문화도 변화를 거부하고 정체된 전문가들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폐단에 “아마추어 정신으로 맞서야 한다”는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수익만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분야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일에 이끌리는 아마추어 정신이야말로 현대사회를 파괴하는 프로 정신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에도 아마추어 정신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마추어 정치는 전문가들의 민주주의와는 정반대다. 기존 정치의 현실을 폭로하며 아마추어 정체성이 발산되도록 돕는 실천이다. 아마추어 정치를 통하면 똑똑한 비전문가들이 기관의 레이더를 벗어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원인이 소수의 엘리트 전문가 집단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반 시민, 이를테면 아마추어들이 전문가들의 민주주의를 잘 감시하려면 과학적·법적 지식이 필요하며 오랜 시간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직업의 형태 또한 전문가 집단이 고안했음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그들이 “이 일은 이렇게, 저 일은 저렇게 하라”고 정해 놨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랑하지 못한다면서 이에 맞설 것을 제안한다. 전문가들이 정한 흐름과 방향에 맞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아마추어 정신이라는 것이다.


세 가지 스토리

「나의 우울증을 떠나보내며」

대프니 머킨 지음 | 뮤진트리 펴냄

일반인과 우울증 환자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무기력·식욕저하 등 겉으로 보기에 증상이 대단치 않아 보여서다. 세상과 단절될수록 환자들도 점점 더 깊은 증상으로 빠져든다. 우울증이 무서운 질병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에 저자는 우울증과 마주해온 자신의 삶을 책 속에서 꾸밈없이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 우울증을 앓는 이들은 위로를 받고, 주변 사람들은 우울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번안 사회」
백욱인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일본의 지배 아래 있던 시절, 한국은 일본이란 필터를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다. 일본의 꼬리표가 붙은 번안물들은 해방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식민지·산업화 시대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근대화의 흔적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그는 모든 번안물을 배척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무엇을 청소하고 보존해야 할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이현우 지음 | 어바웃북 펴냄


막강한 군사력을 갖췄다고 해서 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학 출신의 저자가 세계 전쟁 역사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흥미로운 건 그가 수많은 전쟁들의 뒷이야기들을 미술작품 속에서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는 남녀 간의 치정, 천재지변 등 전쟁의 성패를 가른 순간들을 구석구석 담은 미술품들을 소개한다. 독자들에게는 딱딱한 전쟁사를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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