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ㆍ용산 부동산 촌극] 규제와 개발의 ‘나쁜 시너지’
[여의도ㆍ용산 부동산 촌극] 규제와 개발의 ‘나쁜 시너지’
  • 고준영 기자
  • 호수 304
  • 승인 2018.09.03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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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부동산 정책 뭐가 문제인가
말에 흔들린 여의도ㆍ용산 부동산 시장
정부 규제, 서울시 개발플랜 연일 엇박자

맘대로 발표하고, 맘대로 보류했다. 부동산이 흔들리고, 서민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박원순표 부동산 촌극’을 살펴봤다.
 

박원순 시장은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을 약 7주만에 보류했다.[사진=뉴시스]
박원순 시장은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을 약 7주만에 보류했다.[사진=뉴시스]

여의도ㆍ용산의 부동산 시장을 둘러싸고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의 통개발 계획을 발표한 지 7주만인 8월 26일 돌연 계획을 보류한 것이다. 박 시장의 발언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띤 게 원인이었다. 부동산 규제책과 개발 플랜이 나쁜 시너지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값이 무섭게 치솟았다. ‘억’소리 날 만큼 상승세가 가팔랐다. 여의도ㆍ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불덩어리’였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상승폭은 6~7월 1평(3.3㎡)당 40만원에서 7~8월 155만원으로 훌쩍 커졌다. 용산도 같은 기간 43만원이었던 평균 매매가 상승폭이 66만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일부 아파트의 매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일례로 용산구 이촌동의 한강맨션은 매매가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 이상 뛰었다. 여의도에서도 삼부아파트ㆍ대교아파트ㆍ화랑아파트 등의 매매가가 평균 2억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급등했다.

여의도ㆍ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은 건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의 청사진을 밝힌 이후였다. 마스터플랜의 골자는 이랬다.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해 활력을 불어넣겠다.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용산엔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프로젝트를 재현한다. 서울역-용산역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MICE(회의ㆍ관광ㆍ컨벤션ㆍ박람회)단지와 쇼핑센터가 들어설 것이다.”

그랬던 여의도ㆍ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이번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던진 말 한마디 때문이다.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은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하겠다.” 

말의 힘은 무서웠다. 여의도ㆍ용산 지역의 공인중개소에선 시끄럽게 울려대던 전화벨소리가 잦아들었다. 매물 문의를 위해 찾아오던 이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무서운 기세로 치솟던 집값도 주춤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숨을 고르기 시작한 거다. 박 시장을 향한 비난이 거세진 건 어쩌면 인지상정이었다. 

이 지점에서 궁금한 게 있다. 박 시장은 과연 이런 상황을 내다보지 못했던 걸까. 사실 박 시장은 여의도ㆍ용산 지역 개발을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해왔다. 그 때문인지 박 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정책의 의견차이로 팽팽한 설전을 벌인 게 한두번이 아니다. 김 장관이 “국토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우선됐어야 한다”면서 여의도ㆍ용산 개발에 제동을 걸면 박 시장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라면서 맞서기 일쑤였다.

실제로 서울시의 여의도ㆍ용산 개발 플랜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리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지난해 8월 2일 발표한 ‘8ㆍ2 부동산 대책’이다.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부활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주택대출 규제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양도소득세) 중과 ▲청약제도 개편 등이 골자인데, 이중에서 특히 문제가 된 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안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안은 박 시장의 개발 플랜과 얽히면서 나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을 풀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안 시행 이후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물이 급감했다. 여기에 박 시장의 개발 플랜 발표로 재개발 기대가 높아지자, 매물은 더욱 줄어들고 수요는 치솟았다. 박 시장의 개발 플랜이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된 셈이다.

실제로 여의도ㆍ용산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팔 물건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은 아무리 가격이 올라봐야 양도세를 제하고 나면 별 차이가 없고, 그나마 나오던 매물은 1주택자가 대부분이었다”면서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기대심리 때문인지 내놨던 매물을 거둬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도 주택 공급량 감소를 우려했다. “이 일대는 매도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됐다. 재개발 기대가 커지면서 수요는 증가한 데 비해 공급은 급감하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다. 물건은 없는데 가격은 급등한 이유다.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박 시장은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이 부동산 가격을 그렇게 높여놓을지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 시장의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이 많은 투자 수요를 부를 만큼 거창하긴 했지만 그동안 이 일대에 재개발 이슈가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양도가 막혔고, 이 때문에 불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거란 점은 간과했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박 시장은 지난 8월 31일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박원순 시장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겠다는 발표가 나간 이후 뜨겁게 달아오르던 여의도ㆍ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는 미지수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팔려는 사람이든 사려는 사람이든 열기가 오르길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 중이다”고 입을 모았다. 여의도ㆍ용산 부동산 시장의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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