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우물은 가뭄 안 타는 것처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성장은 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2017년 기준 ESS 시장은 2015년 대비 2배가량 성장하는 데 그쳤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최대전력수요 전망치가 실제 수요를 크게 밑돌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공격받자 ESS 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를 미리 저장해놨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자는 취지에서다. 가뭄이면 깊은 우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ESS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를 취재했다. 
 

지난 7월 중순 이후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했다. 7월 24일 오후 5시 최대전력수요는 9만2478㎿를 기록, 공급예비율이 7.7%까지 떨어졌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공급예비율 7.7%’가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전망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8만7580㎿)가 실제보다 4898㎿(원전 4기 생산량) 적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력수요 예측 신뢰성과 함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도마에 오른 이유다. 

 

정부는 현 정책을 고수하면서 비판을 잠재울 카드가 많지 않다. 전기요금을 인상해 수요를 줄이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더 짓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하는 것 정도다. 그런데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적 반발이 너무 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는 건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증설과 함께 ESS 보급을 늘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도 일치한다. 기업은 한시적 요금할인 정책을 통해 투자비를 빠르게 회수할 수 있고, 정부는 최대수요를 줄여 원전 건설 요구를 막을 수 있다.

 

ESS 업계는 준비가 완료됐다. 전력산업 구조변화(소비→저장)와 함께 배터리 가격이 하락해 투자 회수기간이 상당히 줄었다. 피크타임대 전력 공급원 중 ESS는 가장 저렴하다. 한국의 ESS 배터리 기술력도 좋다. 세계 시장의 높은 점유율(2017년 기준 59%)이 이를 증명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피크저감용과 태양광 연계용 ESS 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성장세”라면서 “피크저감용은 5.5배, 중대형 태양광 연계용은 35.8배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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