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보행 중 스마트폰을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신도 그런가. 그렇다면 앞으로는 조심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을 들고 걷다가 스마트폰을 들지 않은 사람과 부딪치면 본인만 손해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스마트폰을 보며 걸을 때 조심하라는 얘기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다 다른 사람과 부딪쳐 스마트폰이 파손되면 물어달라고 하기가 힘들다.[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다 다른 사람과 부딪쳐 스마트폰이 파손되면 물어달라고 하기가 힘들다.[사진=연합뉴스]

요즘은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보행 중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인 채 걷다보면 다양한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것도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면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럴 때 ‘과연 누구 잘못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자동차간 교통사고는 잘잘못을 가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도로교통법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의 법률이 있고, 유형별 사례가 충분해서다. 최근엔 자동차 블랙박스가 널리 보급돼 있어 과실비율을 판단하기도 쉽다. 하지만 보행자 간 사고는 다르다. 준거 법률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 별다른 계약관계가 없어 ‘민법상 불법행위’만이 문제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 형법에는 과실로 물건을 손괴하는 경우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이런 전제 아래 몇가지 경우를 가정해보자. 먼저 A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가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B와 부딪쳐 A의 스마트폰이 땅에 떨어져 파손된 경우다. 이때 B는 손해배상의무를 질 만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A가 B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당연히 힘들다. 

이를 뒷받침하는 판례가 있다. 사회인 야구경기 도중 수비수와 충돌해 부상을 입은 타자가 수비수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경기 중에 신체접촉이 일어날 가능성이 이미 내재돼 있었다는 점, 수비수가 야구 규칙을 위반하거나 감정적으로 경기를 하지도 않았다는 점, 심판 역시 문제를 지적한 적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 ‘수비수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만한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했다. 부상의 위험이 있는 운동경기에서조차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데, 생면부지 보행자에게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거다. 

 

A와 B가 둘 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지나다 부딪치면 어떨까. 이때는 두 사람 모두에게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다하지 않았으니 과실도 둘 다에게 있다. 따라서 함께 수리비를 분담하는 게 형평에 맞다. 

A가 길거리 한편에 가만히 서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누군가가 치는 바람에 스마트폰이 파손된 경우는 좀 다르다. 이때는 걸어가다 부딪친 사람에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에게 스마트폰 수리비를 요구할 수 있다. 부딪친 사람이 어린아이라면 그 부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결국 누군가 가만히 있는 사람의 손을 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그러니 보행 중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게 어떨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가던 길을 멈추길 권한다. 괜한 시비에 얽히기 싫다면 말이다. 
박태우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parktaewoo79@daum.net|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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