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입차 시장 판도

‘BMW 화재’ 이슈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중고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신차 출시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단순히 단일 브랜드가 겪고 있는 참사가 아니다.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선두 브랜드다. 향후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BMW 화재 사건의 여파는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BMW 화재 사건의 여파는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올여름 폭염만큼이나 이슈가 됐던 건 자동차 화재다. 특히 BMW 차량의 잇단 화재는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화재 원인과 대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수위권을 다투는 명품 브랜드다. 2년 전까진 10여년 이상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최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최고 브랜드임엔 변함이 없다. 뛰어난 상품성과 디자인은 BMW만의 장점이었다. BMW의 엠블럼 자체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게 된 건 그 때문이다.

국내에선 의미가 더 각별했다. 외국 브랜드 중에선 최초로 영종도에 브랜드 체험시설인 BMW 드라이빙 센터를 지었다. 시장 가치가 큰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건립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다양한 브랜드 경험과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조달 비율을 높여 한국 자동차 시장의 인프라 발전에도 기여했다. 

이렇게 공들여 쌓은 이미지가 이번 화재 이슈로 한꺼번에 무너졌다. 문제는 한번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는 쉽게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 이미 BMW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어, BMW는 신차 출시 시점마저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 이슈의 파장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수입차 시장 전체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벤츠ㆍBMWㆍ폭스바겐ㆍ아우디 등 독일 4사의 위상과 명성이 추락했다. 그간 독일차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는 굳건했다. 하지만 3년 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독일차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판매재개로 영업에 다시 시동을 건 폭스바겐ㆍ아우디는 ‘헐값 판매’ 논란에 휩싸이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먹었다.

당분간 수입차 시장은 벤츠의 1위 독주체제가 지속되겠지만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2015년 70%에 육박했던 독일차 점유율은 50% 중반대로 줄었다. 수십 년간 쌓아온 독일차의 기술 및 성능을 향한 소비자의 믿음이 깨지고 있다는 얘기다.

‘디젤차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과 BMW 화재 사건의 중심엔 디젤 차량이 있었다. 이미 정부에선 디젤 차량에 대한 각종 규제를 언급하면서 시장을 옥죄고 있다.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소비자의 선택폭 역시 좁아졌다. 디젤 차량의 비중이 높았던 수입차 브랜드 역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밖에 없다.

수입차 시장을 선도하던 디젤 차량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그 자리를 채우는 건 하이브리드 차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은 차종ㆍ가격대 등을 다양화하면서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와 연비 등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렉서스, 포드, 재규어 등 그간 국내 시장에선 ‘마이너’ 취급을 받던 브랜드의 약진이 기대되는 이유다. 수입차를 대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 불투명한 판매 가격과 부족한 서비스센터, 값비싼 수리비 등은 끊임없이 지적 받아온 문제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수입차 업계가 ‘양적 성장’에만 취한 나머지 이런 문제점을 외면해온 탓이다. 

하지만 이번 BMW 차량 화재 사건으로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 소송제 등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제도를 두고 관심이 높아졌다. 이중 일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이기도 하다. 업계의 자정 노력이 없으면,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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