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격화 조짐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4차례의 무역협상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그 사이 두차례의 관세폭탄을 서로 주고받았다.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경제는 물론 글로벌 패권 다툼까지 얽혀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쉽게 해결되긴 어렵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강상태를 보이던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대강强大强 대결로 치달은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양국은 8월 22일(현지시간) 6월 3차 무역협상 결렬 이후 2개월여 만에 4차 무역협상에 나섰다. 이틀에 걸쳐 차관급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외신들은 미국은 5월 1차 협상에서 제기했던 140여개 특정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사항 중 3분의 2 정도는 승인하거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정부의 산업보조금 지급 중단과 ‘중국 제조 2025’ 계획 축소에 관해선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미국의 ‘무조건 항복’에 가까운 요구를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중 양국은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관세폭탄을 주고받았다. 미국은 8월 23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중국산 반도체·화학제품·플라스틱·자동차·오토바이 등 160억 달러 규모 270개 품목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같은 규모의 관세로 응수했다. 중국은 같은날 12시부터 미국산 연료·철강제품·자동차·의료장비 등 160억 달러 규모 114개 품목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7월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발효한 이후 두번째 관세폭탄을 주고받은 셈이다.

시장에는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00억 달러(약 222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 관세 조치도 예고했다. 추가 관세 조치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통신은 8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부과 계획을 강행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미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공청회 절차를 마쳤다. 이르면 의견수렴 기간이 끝나는 9월 6일 이후부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관세율도 기존 10%에서 25%로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릴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5066억 달러다. 3차 관세조치가 단행되면 중국의 지난해 대미수출액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미중 무역전쟁 재격화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조치로 응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제소는 물론 아프리카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있다. 이런 노력에도 미국의 파상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1300억 달러 수준이다.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대미 수출이 많은 중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합의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과의 관계도 완화 분위기다. 한국·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의 철강제품을 수입쿼터제에서 선별적으로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KB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변화는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첫째는 북미와 EU 등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받았다는 점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둘째는 중국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중국 압박에 나섰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7월 실업률은 3.9%로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4.2%(연율 기준) 증가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지수는 무역전쟁 이슈가 본격화한 3월 말 2만4103.11포인트에서 8월 말 2만5986.92포인트로 상승했다.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월 60.2에서 58.1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기준 50을 웃돌고 있다.

중국의 경제는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3168.90포인트에서 2737.74포인트로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계속 하락세다. PMI의 하위지수인 신규 수출 주문 ‘신규수출주문’ 지수는 3월 51.3에서 8월 49.4로 5개월 사이 1.9포인트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간 해소 어려워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단순한 경제 분쟁이 아닌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두 강대국의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장재철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전쟁은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과 신흥 강국인 중국 간의 갈등으로도 평가한다”며 “경제적 이해 이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이슈”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미국의 중국 압박 시나리오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을 기존 전망 대비 0.7~0.8%포인트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가 두드러져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신흥국의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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