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구글 미묘한 물밑 신경전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관계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틈을 만든 건 삼성전자다. 앱 유통·AI스피커 등 구글의 주요 사업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서다. 구글의 대응이 만만찮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구글은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이용해 경쟁업체를 견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구글의 미묘한 물밑 신경전을 취재했다. 

탈脫구글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앱 유통망을 장악한 구글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율(약 30%)을 부과하고 있어서다. 게임사도 목소리를 높였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8월 10일 흥행작 ‘포트나이트’의 모바일 버전을 홈페이지에서 직접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포트나이트’를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노트9에서 한달간 독점 유통하기로 한 거다. 아울러 ‘배틀그라운드’ ‘검은 사막’ ‘피파온라인4M’ 등 굵직한 대형 게임도 갤럭시노트9에 탑재했다. 새 스마트폰의 파급력을 이용해 앱 유통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물밑 신경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9 공개일에 AI스피커 ‘갤럭시홈’을 선보였다. AI스피커는 구글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분야다. 오랜 협력관계였던 삼성전자와 구글의 전선에 이상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구글이 삼성전자의 도발을 감내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례前例도 있다. 지난해 구글은 아마존 AI스피커에서 유튜브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구글 쇼핑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의 상품을 검색 결과에서 뒤로 밀려나도록 설정했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위반 판결(7월)도 받았다.

박소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업체를 적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삼성전자가 앱 유통망과 AI스피커 등 구글의 핵심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만큼 견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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