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100GB 고가 요금제

1G→3GB→6GB→100GB→무제한…. 최근 이통3사가 내놓는 데이터 제공량이다. 데이터가 갑자기 뻥튀기 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자신의 데이터 소비성향에 맞는 요금제가 없어 100GB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막상 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데이터가 수두룩하다. 이통3사가 소비자들에게 특정 요금을 강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통3사의 요금제를 살펴봤다.

이통3사는 고가 요금제에 데이터를 몰아주는 판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통3사는 고가 요금제에 데이터를 몰아주는 판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익 극대화하려는 노림수다” “소비자를 기망하는 요금제다” “이용자 차별만 커졌다”…. 이통3사가 요금제를 개편할 때마다 쏟아지는 지적들이다.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을 집중하고 대다수가 쓰는 중저가 요금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통3사는 6만원 이상의 요금제에만 데이터 혜택을 쏟아부었다. 테이프를 끊은 건 LG유플러스였다. 지난해 4월 8만8000원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 30GB에서 40GB로 늘린 데 이어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속도·데이터 제한이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도 출시했다. 다른 이통사 역시 마찬가지다. SK텔레콤과 KT도 앞다퉈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통신업체 간에는 데이터를 얼마나 더 많이 주느냐를 두고 지금까지 요금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저가 요금제는 찬밥 취급을 받았다. 이통3사는 가격을 내려 경쟁하지도, 혜택을 늘리지도 않았다. 이통3사가 가장 저렴한 3만2890원 요금제의 데이터를 300MB에서 1~1.3GB로 늘린 게 고작이다. 이마저도 정부에서 보편요금제(이통사가 2만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카드로 이통3사를 압박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LG유플러스는 최근 중저가 요금제를 보완한 새 요금제를 공개했다. ‘추가 용량 걱정 없는 요금제’다. 데이터를 다 쓴 뒤에도 제한된 속도로 계속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요금제의 핵심은 고객들의 통신비 부담을 더는 것”이라면서 “요금제 이름처럼 추가 데이터 사용료를 내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눈길이 가는 건 데이터 양이 대폭 늘어난 6만9000원대 요금제다. 이 요금제는 매일 5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한달치를 계산해보면 총 155GB에 이른다. 속도 제한 서비스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6만5890원에 11GB를 지원하는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를 13배나 늘린 셈이다.

반면 바로 아래 단계인 5만9000원 요금제의 데이터는 6.6GB로 변함이 없다. 가격은 4990원 올랐지만 대신 속도 제한 서비스가 추가됐다. 최고 3Mbps의 속도 제한이 걸리는데, 3G 전송속도가 평균 5.29Mbps인 점을 감안하면 속도가 턱없이 느리다. “이번 요금제가 이용자 간의 차별만 더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택 강요하는 이통사

문제는 고가 요금제에만 데이터가 쏠리면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6월 데이터 사용량은 1인당 7.5GB로 전년 동기(6.5GB)대비 15.0% 늘었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도 데이터 사용량이 2017년 6월 대비 5.3% 증가했다. 6월 사용량은 19.7GB에 이른다.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중저가 요금제는 수년째 6~6.6GB에서 더 오르지 않고 있다. 비싼 가격임에도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데이터 100GB는 엄청난 양이다. 데이터 사용량 상위 1.0%의 ‘헤비 유저’나 겨우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5326만2336GB로, 사용자수로 나누면 99.2GB에 달한다. 100GB 요금제 가입자의 대부분이 데이터를 소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데이터를 다 쓰지도 못하면서 통신비를 내는 건 심각한 낭비”라면서 “고가 요금제에 혜택을 집중하기보다는 중저가 요금제에 데이터를 배분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 : 과기부는 3월 4G 가입자수가 5169만6269명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상위 1.0% 가입자는 약 51만6962명이다.]

이통3사가 만들어낸 데이터 양극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 5G가 상용화하면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23년 국내 이동통신 트래픽이 2017년보다 10배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5G는 4G보다 20배가량 전송속도가 빠르다. 4G 환경에서는 구현이 어려웠던 고용량의 서비스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길호 ETRI 연구원은 “같은 동영상을 보더라도 더 높은 화질로 감상하는 소비자가 시간당 데이터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면서 “5G로 옮겨가는 소비자가 늘수록 무선통신의 데이터 사용량도 기하급수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G 때도 양극화 심할 것

5G 전용 요금제에서도 데이터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거란 분석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G가 도입될 때도 이통3사는 3G 데이터 사용량의 2~3배에 달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비싼 요금제로 유도했다”면서 “5G 때도 비슷한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이통3사의 5G 주력 요금제가 6만5000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100GB대 요금제 금액(6만9000원)과 비슷한 액수다. 이통3사의 고가 요금제 배짱 전략이 5G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속에서 데이터 과소비를 겪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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