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중구난방 부동산 대책 

서울 서초동 아파트값이 평당 1억원을 넘나든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합리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아파트값이 평당 1억원을 넘나든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합리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곧 추석인데 치솟는 물가가 무섭다. 채소와 과일값 오른 거야 날씨 때문이지만,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는 상당 부분 인재人災다. 적절한 선제적인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정부와 집권 여당이 갈팡질팡하거나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댄 결과다. ‘관재官災’와 ‘정재政災’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어이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신규 주택공급을 검토 중인 경기도 과천 등 후보지 8곳을 공개했다. 주택공급 후보지는 사전 유출시 해당 지역에 대한 투기와 땅값 폭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극도의 보안을 지켜야 할 ‘국가적 기밀’임에도 신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신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배제됐다지만 이미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탁상공론에 오락가락한다. 정부는 지난해 8ㆍ2대책에서 전월세 가격을 가라앉히기 위한 임대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다주택자들에게 세 감면 혜택을 주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그런데 이를 이용해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며 1년 만에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한다. 또 연소득 7000만원 이상 맞벌이 부부에게 전세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하루 만에 뒤집었다.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도 중구난방이다. 설익은 발언에 엇갈린 견해가 여과 없이 시장에 전해지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정청 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요구했다. 그런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방송에 나와 “급격한 세금인상이 능사가 아니다”고 했다. 오죽하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정부 여당이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을까.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의 방향도 재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정부는 서울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개발하고 상업ㆍ준주거 지역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때 주택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금 중과와 같은 수요 억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그린벨트를 해제하기보다는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미래지향적 해결책이다. 그린벨트는 50년 가까이 지켜온 자연유산이다. 훼손돼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은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부분 택지로 개발됐다.  

주택공급 확대나 세제 외에 금융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저금리에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는 돈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4차산업과 서비스산업 관련 규제를 풀어 이쪽으로 부동자금이 돌게 하자.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 변수에 넣을 때가 됐다. 한국은행은 가라앉는 경기 때문에 올리기 어렵다지만, 부동산값 폭등과 가계부채도 눈여겨봐야 한다. 역전된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통 큰 결정도 필요해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주장했다. 공공기관 이전에 앞서 대권주자 등 유력 정치인들이 공약한 대로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거나 적어도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부터 추진하는 게 어떤가.

한국갤럽의 9월 첫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0% 아래로 내려갔다. 서울 아파트값 폭등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고용 쇼크 및 소득주도 성장론을 둘러싼 혼선 등 경제 실정 때문이다. 청와대는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이나 비핵화 문제는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이 아니고 시간도 걸린다. 

정부가 뒤늦게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는다고 금방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 관건은 심리요, 국민의 정책에 대한 신뢰다.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은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값이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선 1989년 초 마련됐다. 

그런데 지금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값이 평당 1억원을 호가한다. 이런 판에 추석 명절에 만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결혼하고 아이 낳으라고 할 수 있겠나. 당정청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부 토론을 거쳐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대책을 내놔라.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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