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규제 1년, 정부가 손 놓은 사이 ‘버블’만 끼었다 
가상화폐 규제 1년, 정부가 손 놓은 사이 ‘버블’만 끼었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05
  • 승인 2018.09.10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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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정화하겠다던 정부 의지 사라져

지난해 9월 정부가 가상화폐를 “현행법상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짓자 우리 사회는 논쟁에 휩싸였다. “새로운 산업의 출현인 만큼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엇갈렸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논박은 사라졌고 관련 법안을 만들어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함께 사라졌다. 그사이 가상화폐 시장은 혼탁해졌고, 버블까지 끼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가상화폐 규제 1년을 취재했다. 

1년 전 정부의 첫번째 가상화폐 규제가 나왔지만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엔 문제가 많다.[사진=뉴시스]
1년 전 정부의 첫번째 가상화폐 규제가 나왔지만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엔 문제가 많다.[사진=뉴시스]

“가상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가상화폐 현황 및 대응방안’에서 내린 결론이다. 대신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행위나 해킹대금으로 가상통화를 주고받는 불법행위의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꺼내든 첫 규제다. 이전까지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규제 발표 이후 사회 전반에선 가상화폐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를 정부가 규제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면서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컸다. 반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에 비유하며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는 주장도 당당했다.

양쪽 모두 설득력이 있었다.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탈脫중앙화로 보안에 강점을 지닌다. 산업 곳곳에 쓰임새가 커보였다. 하지만 투기꾼이 판치는 시장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가상화폐 ‘대장주’로 불리는 비트코인 시세는 1월만 해도 120만원 수준에 불과했는데, 9월 들어 500만원대로 폭등했다.

그로부터 꼬박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9월 5일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747만4802원. 1년 전과 비교해 42.9% 증가했다. 물론 그래프가 상승일로를 그렸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 2000만원을 돌파했다가, 6월 중 600만원대로 급락하는 등 널뛰기를 반복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예고하면서 장밋빛 전망으로 달아오를 땐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소식, 주요 선진국의 규제 정책 등이 발표되면 암울한 비관론으로 추락했다. 

급등락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5일 전체 가상화폐 시가 총액이 2389억 달러에서 2050억 달러까지 339억 달러(약 39조원)가 증발했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가상화폐 거래 데스크를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말 한마디에 시세가 출렁일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는 12월 ‘가상화폐 관련 긴급대책’ 이후 단 한차례도 관련 법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회에선 총 5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업계의 자구책도 기대치를 밑돈다. 7월 한국블록체인협회는 1차 자율규제 심사를 벌이고 거래소 12곳 모두 심사를 통과시켰는데, 여기엔 해킹이 발생한 거래소가 포함됐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시장 전체 규율을 정하는 건 규제기관의 역할이지, 협회의 몫이 아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이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눈치”라고 꼬집었다. 그사이 가상화폐 시장의 몸집은 크게 불었다. 가상화폐공개(ICO) 분석업체 ICO레이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총 827개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ICO에 나서, 83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1분기 투자금 33억 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말 많고 탈 많은 시장에 ‘버블’까지 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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