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착시효과

30대 기혼여성 세명 중 한명은 회사를 떠난다.[사진=뉴시스]
30대 기혼여성 세명 중 한명은 회사를 떠난다.[사진=뉴시스]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줄 되지 않는 걸까.” 한 광고 카피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181만명(2017년)에 달하는 우리의 세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풀기 힘든 숙제’ 경단녀는 수치만 보면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혼여성(15~54세) 중 경단녀 비중은 2014년 22.4%에서 지난해 20.0%로 감소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30대(30~39세) 경단녀 비중도 분명한 감소세다.

하지만 여전히 30대 기혼여성 3명 중 1명(33.8%)은 결혼ㆍ출산ㆍ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떠난다. 30대 여성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35~39세 여성고용률은 56.5%로 OECD 평균(67.5%)보다 낮았다. 
경단녀를 채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 결과, “경단녀를 고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기업은 35.0%나 됐다.

이런 탓에 경단녀가 재취업에 성공해도 일자리의 질質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경단녀의 상용근로자 비중은 경력단절 이전 81.7%에서 경력단절 이후 45.4%로 감소했다. 반면 임시근로자 비중은 10.4%에서 24.5%로 높아졌다.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질수록 벌이도 쪼그라들었다. 퇴사하지 않고 꾸준히 일한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274만원인 반면 경력단절 1~2년 미만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210만원, 7~10년 미만의 경우 148만원에 그쳤다.

육아 등 가사활동의 노동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성가족부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통계지표 ‘가계생산위성계정’을 개발할 방침을 수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출산이나 육아가 경력의 ‘단절’이 아닌 경력의 ‘전환’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올까. 아직까지 답은 “글쎄올시다”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