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대한민국 부모에게 전하는 불편한 메시지

강요된 결혼·출산·육아는 왜곡된 교육방식을 낳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요된 결혼·출산·육아는 왜곡된 교육방식을 낳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을 왜 해?”라고 묻는 세상.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그렇다. 그만큼 결혼도 육아도 어렵디어려운 한국 사회다. 어릴 때부터 현실론 속에서 타인과의 만남을 계산하던 사람들은 연애·결혼·출산이란 일생일대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다. 지금 부모로서 사는 사람들은 이 갈림길에서 ‘연애-결혼-출산’의 과정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고민이 깊었던 만큼 후회 없는 결혼 생활과 육아를 꿈꾸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은 0세부터 12세 사이의 자녀를 둔 한국 부모들이 자녀를 시민으로 키우는 육아를 하는지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모순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그 속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강박 속에서 결혼했고 육아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전제한다. 저자는 결혼·출산·육아를 선택하며 전투적으로 살아온 부모들을 만나 취재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의 결혼과 육아의 민낯을 밝힌다.

지금은 비혼을 선택하거나 결혼해도 아이는 원치 않는다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오히려 결혼하고 부모가 된 이들은 자기 스스로 고통의 문을 연 사람들로 여겨진다. 대한민국에서 육아는 딜레마다. ‘결혼은 새출발’이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세상은 별로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가 된 사람들은 ‘나’로 사는 일을 대부분 포기해야 한다. 수많은 부모들이 억울함의 해소법으로 공부에 집중한다. 저자는 “자녀를 보란 듯 키워 억울함을 만회하려는 욕망은 인간적으로 이해가지만 명백히 반사회적이다”고 말한다. 그들은 ‘나 정도면 보통이지, 우리 아이도 사회에서 중간은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녀를 키운다. 저자는 오늘날의 부모들이 자본주의에 체념하고 순응해 만들어낸 ‘결혼-출산-육아’의 비뚤어진 자화상을 지적한다.

지금 우리는 부모라는 이유로 자녀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세상의 모호한 기준을 따르게 하는 경향이 짙다. 그저 주변의 평가가 ‘좋다’ ‘괜찮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강요하는 기준이 사회적으로도 옳은지 묻지 않고는 부모 노릇이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녀가 사회에서 버티기 위한 생존 테크닉만 익힌 채 성장하는 것을 진정한 육아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이들이 이 모순된 사회에 굴복하며 사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이러한 딜레마를 인지하고 극복하는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아닌 ‘우리 가족’만을 위한 프로젝트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현실을 버틸 아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버티지 않고도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거다. 부모가 원하는 삶에 자녀들이 끼워맞춰져 있진 않은지, 자녀가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데 부모가 혹여 방해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볼 일이다.

세 가지 스토리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
엄은희 지음 | 따비 펴냄


마스코바도는 ‘설탕계의 현미’로 불린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탕수수를 정제해 입자가 거친 대신 사탕수수의 영양물질이 정제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달콤한 마스코바도를 생산하는 필리핀은 정작 설탕으로 쓴맛을 본 대표적인 나라다.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노예 노동, 대규모 농장 경영으로 필리핀 경제 생태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책은 필리핀의 아픈 근현대사를 마스코바도를 중심으로 다룬다.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댈러스 캠벨 지음 | 책세상 펴냄


우주 개발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그 꿈은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를 개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진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거다. 과학 전문 기자인 저자는 지구 바깥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책을 썼다. 이 책은 우주여행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과 우주에서 써먹을 만한 유용한 정보로 가득하다.

「되돌아보고 쓰다」
안진걸 지음 | 북콤마 펴냄


‘한국 신문 사회면 등장 1순위’ ‘민사·형사 소송 최다 기소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저자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1999년 참여연대에 들어간 이후 그는 시민들과 함께 거리 속 집회에서 20년을 보냈다. 그런 그가 한국의 독특한 시위 문화를 분석했다. 그는 화려한 언변보다는 감동이 가득한 집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지금까지 저자가 관심을 기울인 사회적 이슈들도 흥미롭게 다룬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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