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본질은 사랑과 봉사

교회의 본질은 헌신이자 이웃사랑이다. 하지만 일부 교회는 나쁜 기업을 방불케 한다.[사진=뉴시스]
교회의 본질은 헌신이자 이웃사랑이다. 하지만 일부 교회는 나쁜 기업을 방불케 한다.[사진=뉴시스]

기독교 교단에서 존경받는 큰 스승이었던 옥한흠 목사(1938~2010년)는 말년에 2가지 문제로 무척 괴로워하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하나는 후임자를 잘못 골랐다는 자책이다. 또 다른 하나는 힘없고 가난한 이를 위해 세운 ‘사랑의 교회’가 서울 강남에서 대형교회로 성장했지만 정작 밑바탕이었던 소외 계층이 교회에서 밀려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괴감이었다.

그는 정년을 5년이나 앞둔 2003년에 은퇴했다. 평생의 소신대로 세습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그는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 미국 LA에 가서 오정현 목사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리고 장로 권사 집사 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오정현 목사는 부산고와 경희대를 졸업했다”며 자신의 후임으로 소개했다. 옥 목사는 담임목사를 넘겨주고 한참이 지나서야 오 목사가 학력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게다가 정치권에 눈길을 주고 예배당 신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오 목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가 타계하기 2년 전 후임 오정현 목사에게 쓴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면 구구절절 후회와 분노가 가득하다. “우리가 정말 한배를 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이웃사랑을 외면하고 외형성장과 내부분열을 부추기는 너의 정체가 정말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 되겠다”고 가슴을 친다. 사후 공개된 이 편지를 두고 오정현 목사를 대변하는 C씨가 옥 목사의 아들이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소송이 진행됐다. 대법원은 ‘편지가 진본이 맞다’고 판시하고 ‘조작설’을 유포한 C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손꼽히는 대형교회인 명성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설립자인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교회 세습하는 과정이 볼썽사납다. 예장통합헌법에 따르면 해당교회에서 물러나는 목사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은 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8월 7일 예장통합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현직이 아니고 ‘이미 은퇴한’ 자연인이어서 저촉되지 않는단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마치 자유당 때 ‘사사오입개헌 파동’을 보는 것 같다.

명성교회 세습은 9월 12~13일쯤 열리는 예장통합총회에서 마지막 절차를 거치게 된다. 만약 세습이 허용된다면 한국 교회는 엄청난 시련기에 들어갈 것이다. 어느 목사는 80년 전 우리 교회는 태양신 앞에 머리를 조아렸던(일본 국왕에 부역)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데, 이번에는 맘몬(재물의 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참담해 했다. 

교회가 대기업화하면서 목회자는 교회를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한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공금을 빼돌려 쌈짓돈처럼 마구 쓴다. 운영방식도 재벌 판박이다. 재벌기업 문어발처럼 수많은 계열회사를 만들어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의 배를 채우고 있다. 교회가 성장한 건 가난한 평신도들의 헌신덕분이다. 정작 그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불우이웃의 손을 잡고, 가난한 개척교회와 함께 하는 게 바로 진정한 목회의 본모습이다.

과거 대형 교회 장로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같은 교회 신도들이 대거 새 정부 요직에 진출했다. 그러니 대형 교회는 출세하고 부자 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선교와 개종을 권유하면서 물질적 축복을 앞세우는 것은 진정한 종교일 수 없다. 교회가 다시 태어나려면 탐욕을 버리고 예수처럼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  

성경에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지만 기독교는 알고 보면 배타적인 종교다. 역사가들은 올림픽을 없앤 서기 393년을 ‘그리스와 로마의 문명이 공식적으로 끝난 해’라고 부른다. 로마의 기독교인들은 올림픽이 제우스신에게 바쳐진 행사니 우상숭배라며 폐지했다. 기독교 외의 모든 종교는 이교였고, 같은 기독교라도 종파가 다르면 이단이었다.

곧 추석이다.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조상 사진 걸어놓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 명절에 가족판 ‘종교전쟁’이 왕왕 벌어지는 이유는 권위적이고 고지식한 종교인들이 ‘순박한’ 신도들을 잘못 이끈 탓이 크다. 마음이 넉넉한 따뜻한 이웃 같은 종교가 되어야 한다. 종교의 본질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다. 교회는 기업이 아니다. 교회의 주인은 바로 하나님이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